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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JEJU

ode to my family (feat. 스테이위드커피, 궷물오름, 담앤루)

by 유체 2024.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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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족! 여! 행!

언젠가는 오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찾아올 줄을 몰랐다. 바로 가족여행! 2박 3일의 일정으로 부모님 포함 총 5명의 인원이 제주로 왔다. 요즘 계속된 비로 제발 날씨만 좋아라 하고 일주일간 기도를 했더니 다행히 날씨가 너무 좋았다. 물론 1인 가구의 집에는 이불도 베개도 없었으므로 여기저기서 공수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1일째는 무사히 집에서 식사와 취침을 했고 2일째는 서귀포로 이동해서 1박 하는 본격적인 관광 일정. 갔던 곳이 다 좋았어서 기록에 남긴다.

스테이위드커피> 궷물오름> 곽지해수욕장> 아르떼 뮤지엄> 우유부단> 약천사> 담앤루리조트

1. 스테이위드커피

스테이위드커피와의 인연은 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뒤늦은 사회성 사춘기시절, 일의 공백을 틈타 제주에서 3주간 지내보기로 계획하고 그때 숙소를 꽤 고심해서 골랐었는데 그곳이 모슬포에 있는 사이 게스트하우스였다. (왜 거기를 골랐냐 하면... 지금은 기억이 안 나...)

당시에는 올레길 걷기와 게스트하우스가 붐이어서 정말 많은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는데 사이는 다른 곳에 비해 일단 건물이 크고 저렴하고 스태프들이 젊었고 바다가 바로 앞에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3주간 장기숙박을 하며 제주도를 돌아다녔고 가끔 숙박객들이 신청한 오름 투어 프로그램에 공짜로 편승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제주다운 제주를 경험했던 것 같아 지금도 감사한다. 특히 탐방로도 제대로 없어서 철조망 사이로 들어가 비 쫄딱 맞고 말들과 함께 사족보행했던 동거믄이 오름. 참 재밌었는데 말이야.

그리고 또 하나, 건물 내에 카페가 있었던 것도 큰 매리트였다. 그때 커피를 내려주던 사장님이 지금 스테이위드커피의 박상국 바리스타님이었다. 숙박객들이 체크아웃하고 다음 숙박객이 오기 전인 12시부터 3시까지, 일정이 없거나 비가 올 때는 2층 카페에 혼자 앉아서 늘 더치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봤다. 바리스타님은 이후에 사계리에 자리를 잡고 스테이위드커피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운영하시다가 몇 년 전에 해안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봐야지 생각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가족들과 갔는데 커피 맛은 여전히 좋았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나를 어렴풋이 기억하셔서 신기하기도 했고.

 

해안동의 스테이위드커피. 사진이 참 잘나오는 색감의 건물이었다.

 

중앙의 큰 나무를 살린 것은 신의 한 수.

 

2층에서 바라본 풍경

 

인상적인 것은 건물 내부에 계단을 없애고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연결한 점이었다. 커피를 픽업해서 올라갈 때도 계단이 아니니 훨씬 안정적이었고 그 외 벽장식이나 테이블 등 곳곳에 신경 쓴 흔적도 보였다. 1층에 있는 커피 관련 코너(?)도 재밌었다. 물론 스페셜티가 메인이다 보니 가격대는 조금 있는 편이지만 맛은 아주 좋았고 간단한 구움 과자들도 맛있었다. 같이 간 가족들도 아주 만족해했고 커피를 마시지 않는 엄마가 선택한 제주 야생차도 입맛에 잘 맞았다고 합니다.

 

2. 궷물오름

동선을 짜면서 제주의 자연을 느끼는 코너가 필요했는데 고령의 부모님이 함께라서 난도가 낮은 오름을 찾았다. 조건에 맞는 오름이 바로 궷물오름! 애월읍에 있는 이 오름은 초원 같은 들판뷰로 유명세를 탄 것 같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꽤 많은 차가 있었는데 근처 학교에서 현장 실습을 나왔는지 아이들이 줄지어 내려왔다. 우리는 입구에서 진드기 기피제를 츅츅 뿌리고 오르기 시작했고 어디선가 달려오는 말 세 마리를 보며 정상을 향했다.

천천히 걸었는데도 왕복 5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부모님도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았고 이 정도면 완만한 편. 중간에 약간의 오르막이 있지만 짧은 구간이고, 정상을 찍고 내려가는 길에 들판뷰를 보니 정말 절경이었다. (누군가가 웨딩촬영을 하고 있었다) 완연한 나무 냄새, 풀 냄새와 엄마 아빠가 찾은 더덕 냄새가 향기로웠다. 역시 제주는 자연이구나.

 

정상에서 바라본 족은노꼬메와 큰노꼬메?

 

갑자기 펼쳐진 들판뷰. 말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았다.

3. 담앤루리조트

아르떼 뮤지엄을 지나 성이시돌목장에서 운영하는 우유부단 카페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은 뒤 하루를 묵을 담앤루 리조트로 향했다. 정말 심사숙고 끝에 고른 숙소였는데 결론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방도 넓고 사우나도 있고 여러 명이 같이 묵을 수도 있고 뷰도 좋고 야외 수영장도 있다. 객실에 딸린 수영장도 있었는데 이번엔 이용하지 않았고 1층 야외 온수풀에서 30분 정도 헤엄쳤다. 청소도 잘 되어 있었고 조식도 콤팩트하지만 든든한 한 끼 같은 메뉴들. 단점은 딱 하나, 엘리베이터가 없다. 이건 부모님이 오지 않았다면 특별히 단점도 아닌데 어르신이다 보니 3층까지 오르내리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다. 그리고 아침 7시쯤에 약천사에 가는데 비가 와서 우산을 빌리려고 리셉션에 들렀으나 미운영 시간이어서 못 빌린 것도 아쉬웠다. 그 외에는 아주 만족스러운 숙소였다. 재방문 의사 있음!

아, 최고의 장점은 역시 2분 거리에 약천사가 있다는 것일까. 절을 좋아하는 엄마는 낮에 갔다 왔는데도 다음날 새벽에 또 가서 불공을 드렸다. 나도 아침 일찍 새소리 들으며 유유자적 바다도 보고 한 바퀴 둘러보는 동안 마음이 평온해졌다. 

 

<약천사 관련 글은 아래 참조>

 

오늘의 제주 - 중문 색달 해변과 약천사

오늘의 제주 23년 6월 10일 오늘은 오랜만에 서귀포 나들이. 제주시에 사는 사람들은 한라산을 넘어 서귀포 가는 게 서울 갔다 오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속설이 있지만 차가 있는 친구 찬스로 오

childmildwild2.tistory.com

 

이렇게 무사히 가족여행을 마친 나는 집에 와서 밀린 빨래를 하고 이불을 널고 뻗었다. 가족여행은 왜인지 늘 긴장하게 된다. 좀 더 좋은 현재의 나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까,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솔직히 보여주지 않으면 편한 관계가 될 수 없다. 좋았던 날씨와 여러 가지 준비한 것들의 타이밍이 좋아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현실 복귀!

 

새벽의 약천사

 

담앤루 객실에서 보는 한라산. 간밤의 비로 무지개가 떴고 사라지자 선명한 백록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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