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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JEJU

큐바

by 유체 2024.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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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바 Q bar 팝업 3/6~3/30까지

동한두기 맞은편에는 빈티지 조명과 포스터가 놓인 멋진 가게가 있다. 이름은 더 반THE BARN. 카페도 겸하고 있어서 늘 가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아직 못 갔는데 이번에 지인이 밥 사준다고 해서 처음으로 가봤다. 지금은 더 반이 아닌 큐바로 팝업 식당이 진행 중이었다.

 

더 반의 멋진 조명들

 

<큐바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qqqqbbbaar/

 

1. 비건음식 좋아하시나요

그냥 밥 먹으러 간 거였는데, 무언가가 진행 중이었다. 알고 보니 오픈마이크, 주말 저녁마다 20분씩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내가 갔을 때는 누군가가 장자에 대한 글을 낭독해주고 있었다. 다소 뻘줌하게 들어가니 아무데나 자연스럽게 앉으면 된다고 알려주셨고,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그러나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태국풍의 비건 음식을 내고 있었고 나는 그린커리와 똠양꿍을 주문한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알고보니 큐바의 주인장은 주나모 님이라는 유명한 무용가였다. 그는 채식주의자로서 큐바의 채소는 대부분 직접 재배한 것이라고 한다. 메뉴는 그린커리, 똠양꿍, 쏨땀, 얌윤센, 반미샌드위치, 땅콩비빔국수 등과 샐러드, 토스트 류도 있고 와인과 각종 드링크도 있다. 음식은 비전문가라는 생각이 안 날 정도로 과하거나 부족함 없이 입맛에 딱 맞았고 오랜만에 느낀 그 분위기,,, 뭐랄까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고 존중을 아는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잔을 기울이는 분위기가 너무 오랜만이라 흥미로웠다.

팝업은 3월 30일까지라 며칠 안 남았지만 이번주에라도 꼭 가서 좋은 음식과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아주 귀엽고 애교 많은 강아지 쿠바도 있습니다.

 

나의 발냄새를 맡던 마스코트 강아지 쿠바
그린커리와 미니 똠양꿍. 재료가 신선! 맛도 굿!

 

2. 허유,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그렇게 밥을 먹다 문득 눈에 들어온 한 장의 전시 포스터, 거기에 쓰인 낯익은 이름 허유. 음? 내가 아는 그 허유인가. 전시를 했나. 궁금해서 친구에게 얘기하니 친구가 대신 주인분에게 포스터의 정체를 물었고 더 반의 1층 갤러리인 스페이스 에길리티에서 4월 5일까지 하는 허유의 전시였다.

그는 내가 아는 모임별의 허유 님이 맞았고 이런 기이한 우연에 묘한 감정을 느끼며 그의 전시를 보았다. 이번 전시는 그가 1년 6개월 동안 제주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살면서 본 것과 느낀 것을 사진과 시에 담아 전달하는 전시라고 한다. 외부 윈도에 그가 찍은 사진이 있어 24시간 관람할 수 있고 더 반의 한 구석에 DEAR DEER라는 책이 한 권 놓여 있어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책을 들춰보니 나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삼도동과 탑동의 모습을 포함해 그의 시선으로 본 제주가 담겨 있었고 그의 특기인 글도 있었다. 1년 6개월이나 있었다는데 정말 한 번도 안 마주쳤을까. (하지만 아마 마주쳤어도 이제 못 알아볼 것 같아서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다만...)

 

윈도우에서 바라본 그의 전시

 

왼쪽에 전시에 대한 소개가 있고 중간에 놓인 책이 DEAR DEER. 오른쪽의 수첩은 방명록이라 한 글자 쓰고왔다.

 

전시 오프닝 공연도 있었던 모양인데, 여전한 듯 변한 듯한 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기에 이제라도 알게 된 것에 감사한다. 전시 소개글의 마지막 장에는 전시 중에 흘려보낸 듯한 플레이리스트가 3장 빼곡히 적혀있었다. (리스트는 그의 지인 김경수 님이 선곡해 주었다고 한다) 그 리스트로 그가 그임을 확신시켜 주었달까. 정말 묘한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같이 밥 먹은 친구와는 이런 우연이 한 번 더 있었는데, 작년인가 서귀포의 산토샤라는 식당에 갔을 때 전범선 님이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으러 왔었다. 이후 우리는 짜이다방에 가서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들 무리와 또 마주친 것이다. 그의 이모님인가가 갑자기 전범선 님을 유명한 가수라고 우리를 향해 소개(?)를 하며 가게의 기타로 한 곡 부르라고 압박하는 통에 그는 튜닝을 한 후 비틀즈의 블랙 버드를 불렀었다. 지금 생각해도 웃기고도 신기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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