キリンジ KIRINJI 키린지
2011년, 오키나와 나하에서 배로 얼마 걸리지 않는 자마미섬은 뜨거운 태양열과 후덥한 소나기를 반복했다. 한여름의 열기 속에서 키린지의 朝焼けは雨のきざし와 夏の光 앨범을 들으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귀로 듣는 소리와 눈으로 보는 풍경은 하나의 사진이 되어 나의 무의식에 찍혀있다. 여름마다 이 곡들이 떠오르고, 그 바다가 그립다.
1. 언니네 이발관의 라이브에서 처음 들은 키린지
대학생이 되어 자유를 만끽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몇 년도인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어느 날, 언니네 이발관의 클럽 쌤 공연에 가게 되었다. 언니네를 좋아한 이후로 처음 가는 공연인 데다 서울 원정 공연은 또 오랜만이라 설레어하며 도착, 안으로 들어가니 무대는 세팅이 되어있고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 나왔던 음악 중 한 곡이 키린지의 '雨は毛布のように (비는 모포처럼)' 이었다 (게다가 리믹스버전). 그때는 스마트폰이 없었고 음악을 찾는 방법이 없었다. 나 역시 너무 좋은 곡이었지만 당시에는 대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운 좋게도 언니네 이발관 게시판에 그 곡을 물어본 사람이 있었고 제목과 뮤지션을 알게 된 나는 당장 음반을 구입했다. 구입한 키린지 첫 음반이 리믹스 앨범이라니 아이러니하지만 지금도 원곡보다 리믹스 버전을 더 좋아한다.
2. 타카키와 야스유키, 그리고 에일리언즈 (エイリアンズ)
키린지는 원래 호리고메 타카키와 호리고메 야스유키, 두 형제의 그룹이었다. 나에게 타카키는 약간 회사원 같은 이미지이고 야스유키는 무명의 화가 같은 이미지였다. 결성 이후 둘이 함께 활동하다가 2013년 동생인 야스유키가 탈퇴한 후 타카키를 주축으로 다른 멤버들과 활동했고 최근에 타카키의 솔로 프로젝트로 정리된 듯하다. 야스유키도 솔로로 활동하고 있다.
아무래도 야스유키의 보컬이 좋았다. 그의 살짝 짧은 듯한 혀에서 나는 발음과 공명도 좋았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곡들은 대부분 타카키의 곡이다. 둘을 비교 한다기보다 둘의 음악 중 어떤 것이 취향일까 하는 개인적인 궁금증이랄까. 그렇게 타카키가 취향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는 순간 야스유키의 굵직한 펀치가 들어온다. 처음 들었던 雨は毛布のように , 그리고 너무 강력한 エイリアンズ으로 K.O. 에일리언즈는 싫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특히 키린지의 가사 속에는 유난히 자연에 관한 단어나 고유 명사가 많이 쓰여 세련된 도쿄의 기분을 한층 더하는데 '아득한 하늘에 보잉'이라는 에일리언 첫 소절이 나에게는 너무 신선해서 충격적이었다. 그런 가사가 돋보이는 것은 듣기만 해도 어려운 것이 분명히 느껴지는 음악적 이론이 숨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음악도 각각 둘의 성향을 닮은 듯, 하지만 결국에는 타카키의 곡을 듣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fine. 그리고 여름이면 항상 듣는 朝焼けは雨のきざし와 夏の光를 좋아한다. 이 두 싱글은 싱글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보너스 트랙으로 라이브 실황이 꽤 많이 들어있는데 그 라이브가 너무 좋다 (애플뮤직에는 싱글곡만 있고 라이브곡은 없다). 그리고 두번째 리믹스 앨범을 좋아하고, 그들이 다른 뮤지션들에게 준 곡들을 셀프커버한 SONGBOOK 앨범을 좋아한다 (애플뮤직에는 이 앨범도 없다). 정규앨범보다 곁다리로 나왔던 여러 가지를 좋아하는 건 왜일까나.
하지만 야스유키가 탈퇴한 후의 음악은 잘 듣지 않는다. 내가 좋아했던 때가 아마 토미타 케이이치의 프로듀스 시절이겠다. (토미타의 솔로 프로젝트인 Tomita Lab에 관해서도 얘기할 날이 있겠지) 이후 전자음악 쪽으로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고 밴드의 멤버가 바뀌었으니 음악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 것.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은 과거를 의식하지 않아서 더 좋다. 다만 나와 취향이 좀 더 멀어졌을 뿐이다. (대중적으로는 지금이 더 유명해진 것도 같다, 노래 도중에 한국어가 나오기도 하고) 하지만 타카키와 야스유키의 키린지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은 많이 아쉽다.
* 에일리언즈의 라이브버전. 둘을 같이 보는 건 역시 좋다.
그런 현재의 키린지가 올해 펜타포트락페스티벌에 온다. 락의 기운이 강한 곳에 오다니 정말 의외의 라인업이었다. 여름의 절정에서 그들의 라이브를 보고 듣는 것은 상당히 멋진 일일 테지만 이번에는 보지 못할 것 같다. 어떤 형태로 라이브를 하게 될지 멀리서나마 관심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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