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향한 본격 신호탄, 장마
뉴스에서는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제주부터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되는데 예전보다 큰 차이는 없이 비슷하게 시작한다는 듯하다. 작년 난리가 났던 강남일대와 대림동 반지하 일대도 여전히 보수는 되지 않았다는 뉴스가 나오던데 제주는 어제부터 비가 왔고 오늘은 하루종일 바람이 세게 불었다. 비가 오지 않는데도 공기 중에 수분이 느껴질 만큼 끈적한 하루다.
1. 장마 대비하자
기숙사에 살 때는 특별히 대비를 해 본적이 없는데 여기서는 나름 이것저것 점검해 봤다. 여태껏 비가 와도 새지는 않아서 내부는 괜찮을 것 같고 세탁실과 텃밭 점검, 부엌 뒤쪽에 주인집이 있는데 거기가 지대가 더 높아서 물이 어디로 흐르는지 확인해 봤고 지붕도 살펴보고... 우선 집안은 습도 80%가 되었고 에어 서큘레이터로 계속 환기 중이다. 창문은 아침에 잠깐 열었는데 습한 기운이 확 들어와서 잠시 열었다가 닫았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장판도 끈적해질 것 같다. 더위보다 습도를 위해서 에어컨을 주문해 두었다. 만약 제습기가 필요하면 근처 중고 가게에서 하나 사 올 예정이다. 앞으로 비가 얼마나 올지 모르겠지만 잘 견뎌보자.
2. 장마가 오면 Fishmans를 듣는다
장마가 오면 나의 대비책은 Fishmans의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넣는 것이다. (장마로 시작해 여름내내 해당되는 일이다) 피쉬만즈를 듣기 시작한 것은 서울에 살 때 공중캠프라는 라이브하우스를 자주 갔던 2000년대 중반이었는데 그때는 이미 보컬인 사토 신지도 사망하고 활동도 거의 없는 때였다. 공중캠프는 피쉬만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공동체이고 앨범 제목이기도 하다. 처음 그곳에 발을 들인 것은 다른 밴드의 라이브를 보러 간 거지만 공간이 주는 피쉬만즈를 향한 사랑이 너무 와닿기도 했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피쉬만즈를 다 듣고 있었기에 나도 듣기 시작했는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희로애락이 느껴졌다. 특히 왜인지는 모르지만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때가 되면 매년 생각이 난다.
피쉬만즈는 1987년 결성되어 1991년에 데뷔한 3인조 밴드로 전반적으로 드림팝, 사이키델릭, 덥(Dub), 레게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보컬이자 대부분의 곡을 쓰는 사토 신지는 1999년 3월 15일에 사망했고 나는 그를 케케묵은 영상으로밖에 만날 수 없었다. 드럼인 모테기 킨이치는 도쿄 스카 파라다이스 오케스트라의 수장을 맡고 있는데 사토가 없는 피쉬만즈에서 노래를 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객원 보컬로 하나레구미, 하라다 이쿠코 등이 대신하는 편이다) 카시와바라 유즈루는 베이스 파트로 피쉬만즈에서 베이스의 그루브감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해체 직전 탈퇴하였지만 재결성 후 다시 활동하고 있으며 Polaris, Otouta 등의 밴드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들의 앨범은 개인적인 기준으로 공중캠프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Chappie, king master, neo yangkee's, orange 앨범은 1991~1994년에 나온 것으로 이후 앨범보다 팝적인 요소가 더 많고 현실감 있는 편이었다고 하면 이후에 나온 공중캠프, 롱시즌, 우주 일본 세타가야 앨범은 음악적으로 좀 더 확장되고 더 깊어지고 확실하게 유일무이한 밴드가 되었다고 할까. 확실히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밴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후반부 앨범 (세타가야 3부작)을 최고로 평가하는데 나는 오렌지 앨범을 제일 좋아한다. 그러나 가장 좋아하는 한 곡은 우주 일본 세타가야 앨범에 있는 'バックビートにのかって'(백비트에 올라타서)이다. 죽기 직전에 무언가를 들을 수 있다면 이 곡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딱 한 곡만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いかれたbaby' (정신 나간 baby로 많이 번역한다) 일 것이다. 피쉬만즈는 안 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비록 사토 신지가 없긴 하지만 공중캠프의 주최로 피쉬만즈의 공연을 세빛둥둥섬 앞에서 이틀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모테기와 카시와바라가 왔고 관객들도 함께 노래하고 즐거워하고 그를 생각하고 그 밤을 즐겼다. 공중캠프에서는 폴라리스, 하카세선, 힉스빌, 서니데이서비스, 오토타, 키세루, 마리마리, 보노보, 츠기마츠 다이스케 등 많은 관련 뮤지션들의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아주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안 좋은 결말을 맞이하고 해산되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2007년 치바현 여행할 때 모바라시에 있는 사토 신지의 묘에도 갔다 왔다. 물어 물어 찾아간 그곳의 관리자에게 사토신지의 이름을 말하니 금방 알려주었고 그의 묘 앞에는 방금이라도 누가 왔다간 듯 꽃이 놓여있었다. 묘비에 써있는 그들의 데뷔곡인 'ひこうき'의 가사를 읽으며 나도 가져간 꽃 한 송이를 올려두고 방명록에 무언가를 쓰고 왔던 것 같다. 이상하게 세상에 없어서 슬픈 것보다는 그냥 노래 속에서 그가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묘한 매력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 한 곡만 가져오기가 너무 아쉬웠으나 알고리즘이 대신할거라 믿으며... 'いかれたbaby'
'LIKE LIKE > mus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펜타포트와 스트록스와 엘르가든 (0) | 2023.07.25 |
---|---|
20년 전 애니송인데 지금 들어도 좋다 (0) | 2023.07.09 |
NIKO NIKO TAN TAN (0) | 2023.06.26 |
spitz スピッツ 스핏츠 (0) | 2023.06.12 |
KIRINJI 키린지 (2) | 2023.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