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IOPEA의 Fight Man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을 마친 나는 대학교에 간다는 생각에 살짝 들떠있었다. 그 이유는 드디어 밴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한창 음악을 좋아할 때였고 실용음악과를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진로를 다시 수정하기엔 늦어버린 그때, 대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보다 밴드동아리에 들어가겠다는 열의가 더 컸었다. 수능 이후에 모은 용돈으로 친구와 함께 드럼학원에 등록했고 3달을 다녔다. 하루는 드럼 선생님과 베이스 선생님이 쉬는 시간에 무언가를 연주했는데 처음 접하는 어려운 리듬과 화려한 테크닉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 곡이 바로 카시오페아의 파이트맨 Fightman이었다.
1. 카시오페아 Casiopea
가요로 시작해 각종 록음악으로 리스닝 범위를 넓혀가던 당시의 나는 재즈도 정통재즈? 만 간간히 들었었다. 그런 나에게 처음 퓨전재즈라는 것을 알려준 카시오페아는 듣는 것만으로도 손발이 복잡해지는 화려한 기교의 밴드였다. (당시 학원 선생님도 전곡을 완주하지 못했었다) 나는 바로 레코드가게로 달려가 Fightman 이 있는 음반을 찾았고 정규 앨범 대신 20주년 기념 라이브앨범을 손에 쥐었다. 2000년에 발매된 라이선스반이었고 안에는 남무성 님의 글이 있었다. (라이선스반이 좋았던 점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이 앨범의 파이트맨은 당시 멤버 외에 탈퇴한 3인의 멤버도 함께 연주를 하는데 솔로 파트에서 대결하듯이 서로 주고받는 연주가 귀를 즐겁게 한다. 그래서 원곡을 들은 적이 별로 없는 나는 이 앨범 버전이 훨씬 익숙하다. (애플뮤직에는 없어서 아쉽다)
카시오페아는 1979년에 데뷔했고 멤버가 여러 차례 바뀌며 현재 4기로 활동하고 있는데 데뷔부터 변하지 않은 멤버는 기타의 노로 잇세이다. 곡 대부분의 작곡을 하고 그 자체가 카시오페아이자 리더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멤버는 짐보 아키라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노로 잇세이는 몰랐지만 짐보 아키라의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그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드러머였다. 그는 이른바 전성기 시절을 함께한 후 1989년 탈퇴, 이후에도 서포터 멤버로 자주 도와주었고 최근까지 투어를 함께 했지만 2022년에 카시오페아와 함께하는 활동은 끝이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아무튼 퓨전재즈라는 말이 어디에서 생긴 지는 모르겠지만 가사가 없고 재즈의 화성을 쓰지만 리듬이 록 같다면 대략 퓨전재즈라고 생각했다. (록에서도 재즈에서도 인정받지 못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때는 퓨전재즈라 하면 카시오페아와 티스퀘어가 양대 산맥이었는데 두 팀이 같이 라이브하는 영상의 악기 세팅을 보고 있으면 음향 스태프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파이트맨 다음으로 좋아하는 곡은 미드나잇 랑데부 Midnight Rendezvous이다. (사실 이 두 곡 이외에는 아직 제목 구별을 잘 못한다) 가사가 없는 연주음악으로서는 굉장한 인지도와 인기를 누렸고 아직도 활동 중이니 앞으로도 좋은 음악을 기대해 본다.
* 카시오페아와 티스퀘어의 합동무대. (와 셋팅부터 고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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