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나를 가장 설레게 한 음악들
나의 여가시간은 대체로 음악을 듣고 애니를 보고 산책을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도 가고 여행도 간다. 나는 사람에 대한 신뢰는 그다지 없는 반면 자연물에 대한 애정은 있어서 완벽한 I이지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게다가 좋아하는 음악이 있으니까. 그런 김에 2023년 연말에 애플뮤직에서 해준 집계를 토대로 한 해의 덕질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가장 많이 들은 아티스트는 역시 지그자그(ジグザグ)였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출발해 완즈가 이어준 지그자그는 2월 13일에 만난 이후 한 해동안 내가 가장 사랑한 아티스트였다(물론 지금도). 그동안의 앨범을 무한 반복함은 물론 10월에 새 앨범도 발매되어 더욱 빠져들었고 결국 단독 미소기(라이브를 칭하는 그들의 언어)를 11월에만 세 군데를 갔다 왔다(미소기 후기는 여행기와 함께 다시 쓸 예정). 몸의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적도 있었지만 정말 여러모로 대단한 그들의 라이브를 보고는 아직도 플레이리스트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24년도 잘 부탁합니다.
*-真天地開闢集団- ジグザグ의 최고곡이라 생각하는 drip. (물론 최애곡은 따로 있지만)
그리고 지그자그의 미사마 친구인 우에하라 다이시가 몸담고 있는 완즈(WANDS). 우에하라가 보컬이 된 새로운 완즈는 아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새 앨범도 나오고 코난 주제가도 부르고 라이브에 팬미팅에 아주 바빴다. 곡은 기타 담당의 시바사키 히로시가 대부분 쓰는데 멜로디나 코드 진행이 아련미가 있어 좋다. 올해는 라이브를 한 번 가보고 싶은데 과연 어떻게 될지. (가고 싶다 가고 싶다)
요네즈 켄시(米津玄師)는 현재 일본 최고의 아티스트 중 한 명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천재력을 가진 송라이팅이라고 생각하는데 분명 타고난 감각과 노력이 더해졌을 것이고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겠지. 일드 언내추럴의 엔딩곡으로 나온 LEMON이 드라마와 함께 정말 대히트를 함에 더해져 (티브이 출연을 전혀 하지 않는 요네즈가 2018년 NHK홍백가합전의 요청으로 고향인 도쿠시마에서 레몬을 노래할 정도였다) 작년에 킹누(King gnu)의 츠네타 다이키(常田大希)와 함께 만든 체인소맨의 KICK BACK이 대대히트를 함으로써 또 한 번 인기를 얻었다. 나는 2014년에 YANKEE앨범이 나왔을 때 멜랑콜릭키친, 도넛홀이라는 곡을 좋아해서 한참 듣다가 작년에 킥백을 부르는 30분짜리 콘서트 영상을 보고 다시 요네즈의 모든 앨범을 듣기 시작했다. 양키 앨범에 비해 최근의 곡들은 여러 가지로 정리되고 자본이 더해진 것 같은 대메이저의 분위기가 나는데 그 속에 여전히 그의 장난기(?)가 숨어있어 곡을 해부해 보면 항상 놀란다. 앞으로도 좋은 곡 많이 들려주길. (라이브 가고 싶다 가고 싶다)
* 요네즈 켄시 feat.츠네타 다이키의 킥 백 라이브. 이것으로 요네즈를 향한 사랑이 싹트고...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군 농구 열풍, 더 퍼스트 슬램덩크. 그 영화에 영혼이 반응한 나는 순수하게 영화가 또 보고 싶어 n차 관람을 했고 (올해 재개봉해서 또 봄) 당연하게 음악을 엄청 들었다. 주제가를 담당한 10-FEET는 여태껏 이름만 들었었지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일본에서는 뼈가 굵은 밴드인데도 접점이 없다가 슬램덩크로 만나 콜린스 앨범을 줄기차게 들었다. 한 앨범만으로 1,959분을 듣다니 정말 많이 들었네. 그 열풍으로 슬램덩크 영화 상영관에서 주제가도 부르고 내한 공연도 하고 페스티벌에도 출연하는 등 한국 음악팬들에게 눈도장 제대로 찍었을 것이다. 오프닝곡을 불렀던 The Birthday의 치바 유스케는 작년 식도암으로 55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이전에 활동했던 THEE MICHELLE GUN ELEPHANT는 너무 멋있었는데...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는 말처럼 그의 음악은 계속 어디선가 헤엄칠 것이다.
바나나피시는 아티스트라기보다 만화 제목인데 1985년에 첫 연재를 시작한 요시다 아키미의 작품으로 2018년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나는 2022년에 애니박스에서 방영하는 것을 우연히 보기 시작했는데 하필 처음 본 게 9,10화로 주인공 애쉬에게 있어 가장 잔인한 에피소드였던 것이다. 또 영혼이 건드려진 나는 라프텔에 가입해서 보기 시작했고 만화 전집을 구입하고 일본 북오프에서 애니메이션 가이드북과 일러스트집을 (중고로) 구입했다.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고 유난히 삽입곡들이 좋아서 찾아보니 몬도그로소로 유명한 오사와 신이치(大沢伸一)가 OST를 만들었다고.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서 여러 가지 상황에서 BGM으로 많이 들었다. (바나나피시 관련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다) 그렇게 가장 많이 들은 앨범도 바나나피시가 되었고... 이 애니메이션의 엔딩곡인 Prayer X로 킹누를 알게 되었고...
23년 애니메이션 개인순위 1위에 빛나는 주술회전-시부야사변-의 오프닝을 멋들어지게 써온 킹누(King gnu)의 SPECIALZ가 가장 많이 들은 노래가 되었는데... 아니! 이 곡이 나온 게 9월이라고! 내가 9월에 나온 이 곡을 가장 많이 들었다니 말도 안 돼! 게다가 나는 킹누를 좋아하지 않았다. 우선 비주얼이 취향이 아니었고 음악의 경우 곡 자체의 매력보다는 애니나 영화, 드라마의 삽입곡으로 나온 덕을 많이 본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 특별히 귀에 꽂히는 곡은 없었다. 곡을 쓰고 기타, 보컬을 담당하는 츠네타 다이키는 인기가 엄청 많지만 나에겐 그저 그랬다. 그랬는데 주술회전을 너무 재밌게 본 나는 그것과 너무 찰떡인 이 곡을 그냥 보낼 수 없었던 것이었다... 킹누는 이미 일본에서는 스타디움 공연까지 매진시키는 등 최고가를 달리고 있는데 나도 이제 라이브를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24년 4월 내한 소식이 전해졌다. 티켓팅에 참여해서 2500번대로 진입했지만 장렬히 실패했고 티켓 오픈한 지 10분도 안되었는데 프리미엄을 붙여 양도글을 올리는 업자들을 속으로 저주했다. (플미 티켓은 사지 맙시다!!! 하지만 가고 싶다 가고 싶다)
원래는 따로 포스팅을 해도 될 내용인데 귀차니즘이 더 길어지기 전에 정리를 하고 싶어 간단히 기록했다. 예전보다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인풋 되는 양이 많아질수록 나는 오히려 편파적인 음악 취향이 되어가는데 사실은 예전부터 일본 음악을 가장 많이 듣긴 했다. 올해는 또 어떤 좋은 음악이 나와서 영혼이 즐거워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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