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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쿄사운드브릿지

by 유체 2023.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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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쿄사운드브릿지

서울전자음악단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 하나의 라이브 소식을 접했다. 그것도 집에서 도보로 가능한 신산공원에 있는 비인(Be IN;)에서, 그것도 요즘 관심 있는 젠얼론, 그리고 스쿠비두... 스쿠비두? 눈을 의심하고 다시 포스터를 보니 일본의 그 스쿠비두_Scoobie do_가 맞다. 그리고 이름만 들었던 자이니치펑크_Zainichi Funk_와 제주 뮤지션 중에서는 아마도 가장 알려진 사우스카니발까지. 게다가 무료. 스쿠비두의 '茜色が燃えるとき'를 좋아하는 나는 그들이 어째서 이 외진 곳까지 오는지 의문스러웠지만 와준다니 아리가또... 그럼 보러 가야겠지. 하필 저녁 근무라 서둘러 스케줄 조절을 요청했고 휴무를 받지는 못했지만 아침 근무로 조정했다. 18시 젠얼론이 시작하는데 18시 업무 종료라 급히 택시를 탔다.

 

제주도쿄사운드브릿지 포스터. 출처 공식홈페이지
좋은 공연 감사합니다. 출처 공식홈페이지

 

참고로 공식 정보에 따르면 이 공연은 제주콘텐츠코리아랩의 협업 프로그램인 <JEMI콘텐츠클럽> 프로젝트를 통해 관련 인프라(시설 및 장비, 콘텐츠, 창작자 등)를 활용한 글로벌 콘텐츠를 제작 및 송출함으로써 제주도의 K-콘텐츠산업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산업 거점기관으로서 제주 콘랩의 역할을 제고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다고 한다.

 

1. 젠얼론_Zen Alone

젠얼론 소개이미지. 출처 공식홈페이지
첫순서였던 젠얼론. 다음에 다시 만나요.

공연장에 들어가니 젠얼론이 혼자 기타를 치고 노래하고 있었다. 밴드 셋이라고 했는데 왜 혼자인지 궁금했지만 3곡정도를 들을 수 있었고 마지막 곡은 마이크도 앰프도 없이 생으로 들려주었다. (나중에 영상을 보니 초반에 밴드로 하고 후반부에 솔로로 부른 것 같다). 젠얼론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본명이 임현종이고 99anger에서는 드러머로, todayxspot에서는 보컬로 활동했던 멤버였다는 것이다. 10년도 전이지만 투데이스팟의 공연을 수없이 봤던 나는 (그땐 같은 유니온웨이 크루의 스트라이커스를 너무 좋아했었기에) 기억이 잘 나지 않았으나 그제야 이름은 익숙하게 들렸다. 제주에서 태어났고 다시 제주에 와서 솔로로 활동하고 있는 젠얼론의 음악은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메시지를 전하는데 노래에 뭔지 모를 심지가 느껴진다. 며칠 전 TV로 본 라이브가 너무 좋아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이번 라이브는 뭔가 생각이 많아 보이는 듯해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다음에 꼭 제대로 보고 싶으니 제주의 어딘가에서 또 만나기를 바란다.

 

2. 스쿠비두_SCOOBIE DO

스쿠비두. 출처 공식홈페이지 캡쳐.
스쿠비두. 좋은 공연 감사합니다. 출처 공식홈페이지 캡쳐.

스쿠비두는 몇 년 전에 라디오에서 茜色が燃えるとき (아카네이로가 모에루토키)를 수집한 뒤 종종 들었는데 밴드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정장훵크로큰롤러(?)중 하나로 (비슷한 차림의 밴드로는 도쿄스카파라다이스오케스트라, 더 버디즈(The Bawdies), 오사카모노레일, 오늘 함께 공연한 자이니치 훵크 등이 있다) 결성한 지 꽤 오래된 4인조라는 것만 알았을 뿐, 얼굴도 잘 몰랐다. 공연이 시작되자 현란한 연주와 퍼포먼스가 시작되고 연륜이 제대로 묻어 나오는 능숙한 라이브였다. 쉴 틈을 주지 않는 신나는 리듬과 마음을 들썩이게 만드는 멜로디에 피곤의 고통을 잊은 채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렇게 35분 동안 명곡이 이어지고 그들은 앙코르를 받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희열, 나는 라이브의 즐거움을 잊은 것이 아니었다. 

참고로 茜色が燃えるとき는 건그레이브라는 2003년 애니메이션의 엔딩곡이다. 건그레이브는 원래 트라이건과 혈계전선으로 유명한 작가가 캐릭터 디자인한 게임이었는데 그 내용을 토대로 나루토의 감독이 매드하우스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엔딩곡 회의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틀어놓은 이 곡을 듣고는 모두가 바로 이거다라고 했다니, 그래서인지 영상과 음악이 아주 잘 어울린다. 

 

그리고 눈에 띄는 멤버가 있었는데, 베이스의 나가이케죠였다. 말끔히 생긴 외모와 발군의 베이스 연주도 그렇지만 솔로 활동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데 그의 일러스트가 상당히 취향이었다. 그의 개인 사이트에서는 고양이와 베이스를 주제로 만든 일러스트 굿즈와 음원을 판매하고 있다.(https://yubibikisha.thebase.in/) 기회가 된다면 솔로 라이브도 가보고 싶다.

 

나가이케죠의 일러스트 굿즈. 출처 공식 홈페이지.
나가이케죠의 일러스트 굿즈. 출처 공식 홈페이지.

 

자이니치 훵크는 스쿠비두보다 조금 더 훵키소울에 가까운 음악이었고 브라스 3인을 더해 총 7명이 연주했다. 이후 등장한 사우스카니발의 보컬분이 예전에 자이니치훵크 음악을 많이 들으며 공부했다고 했다. 그만큼 흠잡을 곳 없는 무대였다.

약 두 시간 동안 100명 남짓한 관객들은 마음껏 춤추고 싱얼롱 하며 4팀의 무대를 즐겼다. 밴드가 전하는 에너지로 관객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 최고의 분위기라고 생각하는 나는 스쿠비두의 한국어 MC 중 '자유롭게 즐겨주세요'라는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아주 재밌었습니다.

 

* 스쿠비 두의 입문곡으로는 역시, 건그레이브 엔딩곡 茜色が燃えるとき.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스태프들이 무대뿐 아니라 객석도 계속 촬영하던데 중계인지 녹화인지 잘 모르겠지만 꽤 근접 촬영도 하던데 나같이 숨기 좋아하는 사람은 조금 아쉬웠다. 내가 예민한 것일 수도 있지만 예매창에 촬영이 있다는 것이 미리 공지되어 있었더라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이렇게 좋은 공연 무료로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영상이나 문화 콘텐츠등에 관심 있다면 제주콘텐츠코리아랩에서 운영하는 유익한 프로그램이 많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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