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채소 모종 키우기
흙만 덩그러니 있던 텃밭에 무엇을 심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모두의 추천은 상추였다. 씨앗이든 모종이든 성장을 잘하고 초보자가 키우기 쉽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나는 상추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잘 큰다고 키우기는 싫었고 결국 내가 키워서 먹고 싶은 것을 골랐다. 꽃모종을 사면서 채소 모종도 살펴보다가 선택한 것은 방울토마토와 가지, 대파였다. 과연 수확에 성공할 수 있을까.
1. 모종 심기
씨앗부터 키워도 된다지만 완전 초보인 나는 누군가가 잘 키워놓은 모종을 구입했다. 잎과 뿌리가 있으면 어떻게든 자라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울토마토 6포트, 가지 2 포트, 대파 6 포트를 구입했다. 오일장에 가면 갖가지 모종들이 많은데 모종 상태와 가격도 아주 조금씩 차이가 나니 잘 살펴보고 건강한 모종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이 있으면 좋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여서 나에게 가장 친절했던 곳에서 구입했다. 방울토마토와 가지는 포트당 1-2천 원, 대파는 손가락만 한 포트 1개에 500원이었나 아무튼 정말 쌌다. 키워서 먹는 게 제일 싸다는 게 정말이었다. 하지만 열매를 수확하기까지는 정말 할 일이 많으니 각오해야 한다.
텃밭을 2등분으로 나누어 가장 양이 많은 토마토를 절반에 심고 그 옆에 가지, 가장자리에 대파를 심었다. 토마토와 가지는 지지대가 필요해서 다이소에서 50센티 지지대를 구입해 모종을 심은 후 옆에 찔러 넣고 빵끈으로 줄기를 묶어주었다. 시간이 지나면 뿌리가 자라나 지지대를 넣다가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심자마자 넣어야 한다. 간격은 30센티정도 띄워 심어주었다.
대파는 모종 판매하시는 분이 대파 심는 법 아냐고 물어보셔서 무슨 방법인가 싶어 검색을 해보았다. (요즘은 유튜브에 설명이 잘 되어있어 한결 편한 것 같다. 물론 사실여부는 확실하게 해야 하지만.) 결론적으로 대파는 윗부분을 조금 잘라내고 눕혀서 심는다. 고랑을 파고 간격을 띄워 대파를 눕혀 놓고 흙을 살포시 덮어준다. 모종을 심고 난 후에 물을 듬뿍 주고 잘 자라도록 지켜보면 된다.
2. 본격 돌보기 - 물 주기와 비료주기, 잡초돌보기, 순 지르기
물 주기는 기본이다. 사람이 밥을 먹듯이 식물은 물을 마신다. 집 안에서 키우는 화분이야 물 빠짐이 어떤지 며칠에 한 번 주는지 잘 지켜봐야 하지만 초보자에게 텃밭 물 주기의 기준은 단 하나, 비가 오는지 안오는 지다. 일기예보에 비가 없고 계속 맑은 날씨라면 아침 또는 저녁에 물을 주었다. 보통 아침에만 줬는데 낮에 햇빛이 강하다거나 흙이 많이 마른 것 같을 때, 다음 날 아침에 물을 줄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저녁에도 주었다. 또한 강수량이 많았던 날은 흙 상태에 따라 이틀 안주기도 했다. 식물들은 물만 줘도 잘 자라니 너무 고맙다. 그리고 물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비료는 마트에서 구입한 알비료를 주는데 물 주기 전이나 비가 오기 전에 뿌리 근처 흙 속에 넣어두었다. 물과 쥐며느리들이 분해해서 식물들의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다. 모종 심자마자 한 번, 꽃이 필 때쯤 한 번, 열매가 열릴 때쯤 한 번, 허전하다 싶을 때 가끔 주었다. 주관적이며 내 마음대로 키우고 있기 때문에 정답인지는 모른다. 인터넷을 뒤져 듬성듬성 들어온 지식과 책을 통해 읽은 내용들이 뒤죽박죽 되어 있다. 그저 식물들의 강한 힘과 자연과 흙 속의 생물들을 믿고 있을 뿐이다.
본격적으로 봄이 되자, 흙 속에 숨어있던 씨앗과 뿌리가 자라기 시작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잎이 자라고 꽃이 피고 순식간에 땅을 뒤덮었다. 그러자 고민이 생겼다. 내가 심은 식물들 이외에 모든 것은 잡초인가? 저렇게 이쁜 꽃을 피우고 있는데 뽑을 수 없다. (초보 식집사라서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노란 둥굴레꽃, 크로버를 닮은 분홍 괭이밥, 고구마를 닮은 마도 자랐고 돌나물, 다육이, 국화를 닮은 아이, 민들레도 씨앗을 틔웠다. 일단은 그냥 두자, 그렇게 잡초들도 돌보다가 토마토가 열매를 맺은 후가 돼서야 주변 정리를 조금씩 했다.
토마토는 몇 주가 안되어 첫 꽃을 피웠다. 첫 꽃은 없애주어야 더 튼튼해진다고 했는데 이미 수정을 마친 뒤라 그냥 뒀다. 대신 인터넷 정보대로 큰 줄기를 중심으로 잎 몇 장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새싹은 다 따주었다. 순 지르기를 잘 해준 아이는 중심 줄기를 기준으로 균형이 잘 잡혀있는데 잎을 잘못 따준 아이는 한쪽으로 기울거나 잎이 신통치 않기도 했다. 이런 아이들은 조금 자라고 난 후에 지지대를 추가해 주었다.
3. 길고양이와의 싸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불청객, 바로 길고양이다. 내가 모종을 심은 시기와 비슷하게 고양이도 찾아왔고 흙만 있는 텃밭을 화장실로 쓰고 있었다. 내가 모종을 심고 나서도 매일 찾아와 배변을 하고 갔는데 그냥 두면 저절로 비료가 되려나 하는 달콤한 생각은 금물, 고양이의 분은 독해서 식물들이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고양이가 싫어하는 만감류의 껍질도 둬보고 커피도 뿌려보았지만 고양이는 위치를 조금씩 바꿔가며 매일 찾아왔다. 물리적인 처치로 단단한 그물을 치고 싶었지만 마땅한 것이 없었고 집에 많이 있는 나무젓가락으로 모종 주변을 둘러쌌다. 그리고 고양이를 마주칠 때마다 오지 말라는 감정을 담아 쫓아내었다. 한 달 정도 나를 괴롭히고는 잡초가 흙을 다 덮어버릴 때쯤 고양이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길고양이가 오지 않게 하는 방법은 원인인 흙을 없애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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