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아주 조금, 삼양동
삼양동은 나에게는 조금 특별한(?) 곳이다. 2012년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와서 제주에서 살고자 정착을 준비했었고 그때 제일 처음 살았던 곳이 삼양동의 한 게스트하우스였다. 당시는 올레길을 한참 걷던 시기라 게스트하우스가 성황이었고 나도 그중 한 군데에서 관리를 돕고 있었다. 삼양동 포구와 해수욕장이 지척인 그곳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바다를 보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던 곳, 결국 얼마 지나지 못하고 서울로 복귀했지만 지금도 갈 때마다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1. 메가박스 영화관을 나오니 배가 출출했다
오후 두 시. 무엇을 먹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아침을 너무 간단히 먹었으니 밥을 먹을지, 경치 좋은 카페에서 디저트를 먹으며 읽다만 책을 펼지 생각하다가 근처에 맛있는 쌀국숫집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게다가 바다가 보이는 카페는 공사 중이거나 폐업이니, 밥을 먹기로 하고 쌀국숫집을 찾아갔다. 신짜우베트남쌀국수는 쌀국수와 반쎄오가 유명한 듯했다. 오늘은 쌀이 먹고 싶어서 볶음밥을 주문했고 음식은 금방 나왔다. 나는 두 번째 방문인데 그렇게 붐비지 않아서 금방 먹을 수 있었고 납작한 철숟가락으로 괜찮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편해서 밥도 잘 떠졌다. 볶음밥은 조금 평범한 맛, 쌀국수 국물은 맛있다.
https://place.map.kakao.com/1892145313
의외로 제주에 맛있는 쌀국숫집이 많다. 서문시장에 옹포가 있고 산지천에 적점, 터미널 근처에 남원식당, 애월에 블루사이공 등등. 언제쯤 다 먹어볼 수 있을지.
2. 맨발로 모래 위를 걷는 사람들
다른 해수욕장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오랜만에 들른 삼양해수욕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모래 위를 걷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은 바로는 그 행위가 건강에 참 좋다고 했다. 땅속의 음기운이 몸의 활성 산소를 중화시킨다던가, 지압 효과로 혈액 순환은 물론 면역력이 증가한다고 하는데 그냥 땅보다 모래를 걷는 게 최고라고 했다.
진짜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삼양해수욕장이 맨발로 걷기에는 참 좋은 모래라는 것이다. 불순물이 많이 없고 아주 부드러운데다 검은 모래인데, 화산암편과 규산염광물이 많은 세립질 모래라고 한다. 태양에 뜨거워진 모래를 파고 들어가 찜질을 하면 관절염이나 신경통에 좋다고 해서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래 안에 들어가 있다. (제주말로 모살뜸이라고 한다) 유명한 해수욕장보다 덜 붐비고 나무 데크도 잘 조성되어 있어서 그냥 쉬거나 산책하기에도 좋다. 서핑도 할 수 있다.
삼양동은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벗어나 가장 처음 만나는 바닷가 마을인 셈이다. (화북도 있지만 해수욕장 기준으로) 번잡한 도심에서 제주의 맛을 느낄 수 없어 아쉽다면 아주 약간의 시간을 할애해 삼양으로 가보자. 금세 한적해지고 오름이 보이고 바다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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