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패니메이션, 카와지리 요시아키 감독
카와지리 요시아키(川尻善昭)는 80-90년대를 대표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은 상당히 아날로그적이고 섬세하며, 아름답고 잔인하다. 처음 그의 작품을 본 것은 2000년 극장판으로 나온 '뱀파이어헌터 D'였는데 키쿠치 히데유키의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한 이 작품은 내용 자체는 단순하나 작화만으로 압도당했고 D의 캐릭터가 아주 취향이었다. (아무래도 본인은 완벽한 피지컬에 감정적으로 1% 연민을 가진 캐릭터를 좋아하는가 보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최근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다시 보게 되었고 그의 작품을 뒤쫓게 되었다. 선정성과 폭력성 등의 이유로 대부분 성인등급인데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보면 (내가 느끼기에는) 큰 차이도 없는 것 같다. (오히려 폭력적인 부분에서는 귀멸의 칼날이 더 힘들었달까)
* 줄거리 스포일러 있습니다 *
1. 마계도시 <신주쿠> (1988)
다른 작품에 비해 그나마 순수한(?) 영화로, 뱀파이어헌터 D와 같은 키쿠치 히데유키의 1982년 원작 소설을 만화화한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보고 악평을 하였으나 나는 재밌게 봤고 대중들의 평도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주인공 쿄야의 아버지는 과거에 마물의 왕(?) 레비 라와 싸우다 사망하고 신주쿠는 마계도시가 된다. 쿄야는 아버지의 영적인 힘을 이어받았지만 아직은 완벽히 사용할 수 없는데 어느 날 지구 연방 수상의 딸인 사야카가 찾아와 마계도시에 납치된 자신의 아버지를 구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그녀 혼자 마계도시로 향하자 따라가게 되고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역경을 헤쳐나간다. 역시나 단순한 내용이지만 작화가 군더더기 없이 아름답다. 특히 쿄야와 사야카의 비주얼은 그의 작품 중 최고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최애 비주얼인 닥터 메피스토의 분량이 너무 짧다는 것) 80분으로 짧은 러닝타임으로 그의 작품을 맛보기에 좋다. 이후 혈계전선이 이 작품을 오마주 했다고 한다.
2. 요수도시 (1987), 무사 쥬베이(수병위인풍첩) (1993)
카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의 대표작이라 함은 아마 이 두 작품일 것 같다. (요수도시는 원작자인 키쿠치 히데유키가 유일하게 인정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 아직 둘 다 보지는 않았으니 내용은 생략하겠다만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무언가의 사건으로 같이 얽히는 남녀가 결국에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스토리와 둘 다 매드하우스에서 제작하여 일본 문화 개방이후 정식으로 수입되었다는 것이다. 무사 쥬베이의 성우는 나의 최고 캐릭터 중 하나인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를 연기했던 야마데라 코이치가 맡았기에 멋짐이 두 배가 되었다.
3. 뱀파이어 헌터 D (Bloodlust) (2000)
1985년에 한 번 애니메이션이 나왔었다가 2000년에 미국과의 합작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돌아온 작품. 제목이 이야기하듯 D의 캐릭터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작품이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혼혈로 태어나 어느 세계에도 온전히 속할 수 없어 뱀파이어 사냥꾼으로 살아가는 그는 무려 뱀파이어 왕의 피를 이어받아 최고의 실력을 가졌으면서도 인간의 약점 또한 가지고 있다. 날카로운 얼굴선과 눈매, 태양을 피해 검은색의 옷과 망토, 모자를 쓰고 있으며 항상 냉철하지만 때로는 인간미도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소설로 상상하는 캐릭터의 멋짐이 고스란히 영상화되었다고 할까.(멋집니다...) 그와 같이 뱀파이어 마이어 링크를 쫓는 사이에 서로 구해주기도 하고 나름 인간적인 대화도 나누는 사냥꾼 레일라와의 에피소드도 너무 좋고 레일라의 목소리가 하야시바라 메구미라서 더 좋았다. 게다가 내용상 적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뱀파이어 마이어는 야마데라 코이치가 연기했다. 눈과 귀가 충만한데 더 무엇이 필요한가. 나에게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는 최고인 작품이다.
그 외에도 미궁이야기, 클램프의 X, 하이랜더 등 많은 감독작이 있는데 그의 작품은 스토리가 단순한 편이라 부실하다는 평이 간혹 있다. 하지만 영상면에서는 아직도 최고의 레벨이라고 생각한다. 현재까지도 수 많은 작품에 콘티 작업을 함께 하고 있는데 지금 2기 방영 중인 주술회전의 1기를 비롯해 펫숍 오브 호러스, 원펀맨,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 비스타즈, 소니보이, AI의 유전자 등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초반부터 매드하우스에서 활동해서 그런지 매드하우스 작품이 많다. 감독한 작품은 물론이고 콘티에 참여한 작품 목록을 보면 대부분 나의 취향이라서 시간을 들여 하나씩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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