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보은

고양이의 보은 (猫の恩返し, The Cat Returns, 2002)

'고양이의 보은'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2002년 애니메이션이다. 1995년 지브리 작품인 '귀를 기울이면'의 주인공 츠키시마가 쓴 이야기라는 설정의 작품으로, 스핀오프에 해당하긴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아주 재밌다. 귀를 기울이면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자면 히이라기 아오이의 만화 원작으로, 미야자키의 딸들이 별장에 놀러 왔다가 놓고 간 소녀 대상 잡지 리본에 실려있던 것을 미야자키가 읽고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이후 콘도 요시후미의 감독아래 애니메이션이 완성되었다. 콘도 요시후미는 미야자키의 뒤를 이을거라 생각할 정도로 핵심 인물이었지만 1998년 생을 마감하게 되어 결국 귀를 기울이면이 유일한 감독작이 되었다. 이후 원작자 히이라기 아오이의 만화 '바론 고양이 남작'을 원작으로 고양이의 보은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고양이의 보은 한국 포스터

 

1. 판타지적인 줄거리

스포일러 있습니다.

17세의 평범한 여고생 하루는 매일이 지루하다. 어느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다가 트럭에 치일뻔한 고양이 한 마리를 구해주게 된다. 그 일이 있고 나서 하루를 찾아온 고양이 왕국의 한 고양이는, 하루가 구해준 고양이가 자신들의 왕자이며 보답으로 고양이 왕국에 초청하여 파티를 열고 한술 더 떠 왕자의 신부가 되어달라고 했다. 그런 하루에게 어디선가 고양이 사무소를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루는 희고 커다란 고양이 무타 (돼지를 뜻하는 부타와 이름이 비슷해 자주 실수를 한다)를 따라가 고양이 사무소에 가게 되었고 바론 남작도 만나 자초지종을 말한다. 그날 고양이들에게 끌려가 고양이 왕국에 도착한 하루는 평온한 그 세계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하게 되지만 하얗고 예쁜 유키라는 고양이는 위험하니 어서 떠나라고 경고한다. 얼떨결에 들어간 왕국의 성에서 파티를 보던 중 바론이 나타나 함께 탈출을 시도하고 왕자와 유키가 도와준다. 알고 보니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유키 또한 어렸을 때 하루가 구해준 고양이여서 하루는 둘 모두에게 은인이었다. 하루는 바론, 무타, 토토 (까마귀) 등 모두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2. 감독과 주제가와 성우

이 애니메이션은 이전 지브리의 작화와는 그림체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원작이 있는 만화라서 그런지 몰라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원령공주 등과는 다른 분위기의 작화, 내용도 일상물의 느낌이 더 많아서 캐주얼해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캐릭터의 귀여움과 (고양이들 하나하나 다 귀여움)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흘러가는 내용 전개는 여전하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치고는 짧은 75분 러닝타임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좋다. 국내에서는 약 53만명이 봤다고 하니 그리 나쁜 성적도 아닌 것 같다. 감독은 모리타 히로유키인데 이 애니메이션이 첫 감독 작품이다. 음악은 노미 유지인데 귀를 기울이면을 담당했었다. 이후의 작품은 히사이시 조가 맡았다가 다시 노미 유지가 맡았으니 연결된 작품이라 그랬던 것은 아닐지. 주제가는 츠치 아야노의 바람이 되어(風になる)인데 이 곡이 은근히 인기가 많았다. 원곡은 우쿨렐레인 것 같은데 코드도 어렵지 않고 멜로디도 듣기 좋아서 기타나 우쿨렐레 초급 교본에 단골로 실려있다.

하루 역할은 이케와키 치즈루가 맡았다. 우리에게는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로 유명한 그 배우이다. 극장판으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배우를 성우로 쓰는 경우가 많다. 하루 이외에도 바론은 하카마다 요시히코, 왕자 고양이 론 역할은 야마다 타카유키, 유키는 마에다 아키가 맡아 연기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브리 삼대장은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리고 고양이의 보은인 것 같다. 바론의 멋진 모습, 귀여운 고양이들과 캐릭터도 좋지만 현실이 재미없고 잘 모르겠는 하루에게 건네는 바론의 대사, " 어떻게 하면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그것만 알면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라는 말이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