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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モンスター, MONSTER, 2004)

by 유체 2024.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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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사와 나오키(浦沢直樹)의 몬스터 (애니메이션)

내가 이 애니를 보게 된 것은 우연히 누군가의 서재에서 만화 원작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이렇게 길고 무거운 만화를 보고 싶지 않았을 텐데 그날은 왜인지 나도 모르게 손에 쥐었다. 첫 장을 펼치자 텐마가 한 아이의 수술을 시작했고 이후의 흐름에 훅 빨려 들어갔다. 만화를 다 읽지 못한 채 집에 온 나는 뒷 이야기가 내내 궁금했고 74화에 달하는 애니를 보기 시작했다.  20세기 소년으로 시작할 줄 알았던 우라사와 나오키는 몬스터로 만나게 되었다.

 

(*스포일러 많이 있습니다)

몬스터 오프닝.
몬스터 오프닝. 요한이 상상하는 마지막 풍경이 희미하게 보인다.

1.

몬스터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다섯 번째 장편으로 1994년부터 2001년까지 빅코믹 오리지널에 연재된 스릴러 장르의 만화이다.

독일에서 최고의 뇌외과의사로 촉망받고 있던 텐마 겐조는 출세와 의사로서의 양심에 갈등하다가 양심을 택하며 살려낸 한 소년이 있다. 그 소년의 이름은 요한 리베르트, 사실은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하는 괴물(몬스터)이었고 그 사실을 안 텐마는 자신이 살려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죄책감에 그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겠다고 결심하고 그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게 간략한 내용이다. 등장인물도 많고 추가되는 설정도 계속 나오면서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나간다. 하지만 주인공급인 요한이 초반에 잠깐 나온 후 30화가 넘어서야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그렇게 잘생긴 얼굴을 왜 안보여주냐고...)

요한은 최고의 지능과 최고의 언변, 최고의 얼굴... 등 겉으로는 아주 훌륭한 청년이었다. 사실 요한이 괴물이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어릴 때 시간을 보냈던 시설에서는 아이들을 실험했고 많은 이들의 죽음을 목격(실제 목격한 것은 사실 동생이었지만)했으며 엄마가 자신에게 한 행동에도 트라우마가 있었다. 나중에는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쌍둥이 여동생 니나도 스스로 요한이 괴물이 된 것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요한과 같은 시설에 있었던 몇 명이 살아있었지만 모두 정상적인 인간성을 가지지 못했던 것을 보면 요한 자신의 잘못이 100프로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물론 살인은 안됩니다만...) 그는 이름이 있었지만 이름이 없었고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찾아 불러주길 원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작품을 볼 당시에 여러가지가 겹쳐 인간의 본질과 정신, 삶,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2.

뭐 이러나 저러나 너무너무 재밌었다. 길기도 하고 등장인물도 많아 성우진도 빵빵하다. 코난에 나오는 캐릭터인 베르무트(코야마 마미-몬스터에서는 에바 하이네만)와 아카이 슈이치(이케다 슈이치-몬스터에서는 마르틴)의 성우가 함께 나오는 씬이 있었는데 둘의 관계가 코난과 대비돼서 웃음이 났다. (에바와 마르틴, 잘 됐으면 좋았을걸) 또 쿠도 유사쿠 성우(타나카 히데유키)가 맡은 볼프강 그리머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다. 원작도 그렇지만 국내 더빙판도 굉장했다. 투니버스의 개국 10주년 기념작으로 정식 수입해 2005-2006년에 방영했는데 성우만 147명이 참여하는 기염을 토했다. 텐마는 구자형, 요한은 신용우가 연기했고 특히 잘 알려진 캐릭터는 룽게 형사로 강구한 성우가 너무 더빙을 잘한 나머지 원작을 뛰어넘는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나는 범인이다'로 시작하는 대사가 유명하다) 룽게 형사는 특유의 기억법과 냉정함으로 텐마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도와주기도 하는데 감성적으로 메마르고 엉뚱한 면도 있어 귀여운 구석이 있다. 초반에 요한은 그저 텐마의 상상 속 인물이고 텐마의 이중인격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실존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는 사과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흥미롭다.

요한은 다시 머리에 총을 맞지만 텐마가 또 한 번 수술을 성공시켜 목숨을 이어나간다. 수술 후 긴 잠을 자다 깨어난 요한은 어느 날 사라진다. 이후의 요한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로서는 그럴듯한 상상은 되지 않지만 제대로 된(?)감정을 가진 인간으로 잘 살아가길 바란다.

 

금발의 쿨뷰티 요한입니다

 

아, 후반부의 엔딩곡이 너무 좋아서 음원을 찾아봤으나 없었다. 후지코 헤밍(Fujiko Hemming)의 'Make it Home'이라는 곡인데, 알고 보니 이 분은 60세에 데뷔한 현재 90세의 피아니스트로 몬스터의 캐릭터들처럼 순탄치 않은 과거와 삶의 배경이 있는 듯했다. 스웨덴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으나 청력을 잃는 등 어려움이 있었고 최근(2022년) 다큐멘터리 '파리의 피아니스트:후지코 헤밍의 시간들'이 개봉하며 더욱더 사랑받고 있다. 그녀의 인생이 묻은 목소리라 그런지 이 곡에도 큰 여운이 있다.

 

아무튼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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