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자이언트

블루 자이언트 (2023)

블루 자이언트는 온도가 너무 높아져 붉은색을 넘어 푸르게 빛나는 별을 뜻한다. 그리고 엄청난 연주를 펼친 재즈 플레이어를 뜻하기도 한다. 재즈는 언제부터 블루라는 색을 연상시키게 되었을까. 블루스에서 생겨났다거나 재즈에서 많이 쓰이는 블루 노트 음계에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또 재즈가 주는 우울한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다. 보통의 이지리스닝 재즈만 생각한다면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이지만 재즈의 다양한 하위 장르 속에는 BPM이 200이나 되는 빠른 곡도 많다. 주인공인 다이가 말했듯 재즈는 가장 강렬하고 열정적인 음악이다.

 

블루자이언트 포스터. CGV캡쳐.

* 스포일러 있습니다 *

1.  스태프는 누구

블루 자이언트는 2013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만화로 원작자는 이시즈카 신이치이다. 센다이에 살고 있는 주인공 미야모토 다이가 처음 색소폰을 접하고 연주하기 시작해 이후 도쿄로 상경, 피아니스트 사와베 유키노리와 친구 타마다 슌지를 만나 JASS라는 팀을 이뤄 10대의 마지막 목표를 향해 질주하게 되고 이후 각자의 삶에 대해 그리고 있는 내용이다. 애니메이션은 도쿄에서 일어나는 내용만을 담고 있다. 그러다보니 내용 자체는 단순하고 인물들의 서사가 좀 부족하지 않나 싶었는데 감독도 그 부분을 생각했는지 연주하는 장면에 플래시백으로 연출했다. 나는 원작의 일부만 애니로 만들어진 건지 몰랐던 상태로 관람했는데 알고 나니 최선의 연출이었지 않나 싶기도 했다.

제작사는 NUT로 매드하우스의 프로듀서였던 카즈키 타쿠야가 설립한 곳이다. 감독은 타치카와 유즈루로 명탐정 코난의 제로의 집행인과 흑철의 어영을 연출한 감독이고 음악은 국내에서도 재즈 뮤지션으로 유명한 히로미(애니에서는 우에하라 히로미로 참여했다)가 담당했다.

또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폐막작이기도 했다. 국내 배급은 판시네마가 했는데 재즈계의 슬램덩크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조금 무리수이지 않았나 싶기도.

 

2. 개인적인 감상 (*스포일러 많습니다)

주인공 다이는 노력하는 재능을 타고났다. 늘 세계 최고의 연주가가 되겠다는 마음 하나로 강가에서 연습을 한다. 반면에 피아노를 치는 유키노리는 4살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10대인 지금 이미 굉장한 실력파이다. 다이는 유키노리의 피아노가 굉장하다고 생각해 처음 보자마자 팀을 하자고 했고 유키노리는 다이의 연주를 처음 듣고 겨우 3년 만에 이룬 실력에 눈물을 흘린다. 점점 발전하는 다이와는 다르게 본인의 연주가 익숙해져 버린 유키노리는 벽에 부딪히게 되고 손을 다치는 사고까지 당하면서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결국 JASS는 해산, 다이는 좀 더 넓은 세계로 가고 유키노리는 연주보다 작곡에 몰두하며 서로를 응원한다.

내가 가장 현실성 없다고 생각한 캐릭터는 다이의 친구인 슌지였다. 다이가 얹혀사는 도쿄 집주인인데 다이로 인해 리듬의 재미를 알게되어 드러머가 된다. 3개월 만에 기본 리듬을 습득해 라이브를 하고 1년이 되지 않아 최고의 재즈 무대에 서게 되는데 아무리 노력을 한다 해도 그것이 가능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자) 이후 원작에서 어떤 삶을 사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가장 열정적인 순간이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고를 당한 유키노리가 병원을 나와 왼손만으로 마지막 연주를 함께 하는데 그의 솔로 연주 중에서 가장 좋았다. 역시 스킬이 전부가 아님을 다시 한번 느꼈다.

연주하는 동작의 표현이 다소 어색하기도 하다. 모션 캡쳐인 것도 같은데... 재즈를 영상으로 표현하는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음악이 이미 좋기 때문에 그냥 빠져들어 볼 수 있었다.

 

무기력한 감정을 건드리는 세 청춘의 열정은 음악을 좋아하거나 재즈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무엇을 향한 열정이 있거나 과거에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앞에 앉았던 한 여성은 몹시 지루해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