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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JEJU

제주의 여름이 떠나간다

by 유체 2023.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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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가 그치면 가을이 온다

 

오랜만에 밤새 비가 내렸다. 9월이 되고 아침저녁으로는 날이 선선해졌다. 봄 3월에 이사를 와서 벌써 여름이 지나고 6개월이 지났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 지금은 어떤 느낌인지 어떻게 변했는지 중간 점검을 해본다.

 

중학교의 운동장 모습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잠시 대피한 중학교의 운동장. 여기서 달리는게 앞으로의 목표.

 

1. 겨울에 추웠듯 여름엔 더웠다

올 여름이 유독 전 지구적으로 더워서 그런지 이 집도 아주 더웠다. 날씨 때문인지 주택이라서 그런지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에어컨 없이는 지내기 힘들었다. 6월에 보네이도 서큘레이터를 샀고 에어컨은 7월 초에 설치해서 매일 틀었고 원래 잘 때는 끄고 자는데, 틀어놓고 자거나 잠에서 깨서 다시 틀었던 날이 15일 정도 되는 것 같다. 대신 선풍기는 거의 매일 틀어놓고 잤다. 습도는 맑은 날은 65-75%, 비 오는 날은 80-90%를 유지했다. 유난히 태양이 뜨거운 2023년으로 기억될 듯하다.

에어콘은 당근마켓에서 후기가 좋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설업체를 이용했는데 아주 만족도가 좋았다. 방이 3개인 이 집에 달기에는 너무 작고 소중한 6평짜리 벽걸이를 신청했고 가격은 비수기보다 10만 원 정도 비쌌다. (여쭤보니 성수기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한 인건비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 한다. 미루지 말고 미리미리 설치합시다...) 타공도 이미 되어있는 1층 주택이라 설치가 어렵지 않았는지 15분 정도에 설치를 마쳤고 캐리어 인버터 벽걸이 에어컨은 짱짱하게 잘 돌아갔다. 실외기 위치가 비를 맞는 위치라 괜찮은지 물어봤는데 물속에 넣어도 괜찮다고 했고, 가스 충전도 여쭤봤는데 제대로 설치만 한다면 한 번 충전해서 10년도 쓴다고 했다. 4월부터 당근마켓 중고도 한참 알아보고 중고가게도 갔지만 이런저런 고민으로 새 제품을 설치했는데 고민하면 역시 시간만 흐를 뿐인 것이었다.

참고로 인버터 에어콘은 어느 정도는 계속 틀어두는 것이 껐다켰다하는 것보다 전기세가 적게 나온다고 해서 하루에 3-4시간 정도 계속 틀어두었다. 어떤 날은 더 오래, 어떤 날은 더 적게 틀었는데 7월 전기세는 1만 5천 원 정도로 아주 선방했다. 가스도 온수만 쓰니까 여름 내내 가스통을 한 번도 교체하지 않았다. 유지비 측면에서는 여름이 효자다.

 

2. 한여름에는 채소도 덥다

장마가 끝나고 한동안은 풀들이 잘 자랐다. 앞집의 이름모를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우리 집 담장을 넘어왔고 내 텃밭의 토마토와 가지, 꽃도 잘 자랐다. 하지만 7월 중순이 넘자 풀들이 더워하는 게 느껴지며 물을 줘도 성장이 더뎠고 꽃은 피지만 열매가 열리지는 않았다. 역시 관리를 해주지 않고 스스로 자라게 한 것은 그들에게 너무 가혹했던 것 같다. 그렇게 계속 지켜보다 토마토는 점점 말라가길래 가지를 다 쳐주었고 가지 열매는 하나가 맺혔는데 먹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대파의 경우도 영양분이 없어서인지 잘 안 커서 땅을 옮겨 다시 심어주고 지켜보고 있다.

그 와중에 신기한 것이 하나 있다. 화분에 있던 워터코인 이파리에 진딧물같은게 생겨서 밭에 그냥 던져놓았었는데 여름 내내 번식을 해서 밭 한 귀퉁이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역시 식물은 자라기 위한 공기, 온도, 습도 등이 맞아야 하는 것인가.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채소보다는 꽃이 잘 피는 것 같아서 가을쯤에 구근식물이나 월동하는 꽃을 심어볼까 한다.

 

워터코인
스스로 잘 자라난 워터코인들. 귀엽다.

3. 그 외 이것저것

먼지다듬이스러운 벌레는 여름 내내, 특히 창문틈에서 많이 나왔다. 가끔 비오킬을 뿌리고 가끔 물리고(?) 했는데 큰 벌레들이 나오는 것에 비하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또 다행히도 걱정했던 것보다 집 안까지 벌레가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창틀 위아래를 스펀지로 막아두었더니 훨씬 덜 들어오는 것 같다. (그래도 창문을 열면 벌레들이 몇 마리 죽어있다) 최근에 개미가 대량 나와서 다 없애고 장판 밑에 비오킬도 뿌리고 소금덩어리도 놔두었더니 이후로 나오지는 않고 있다.

 

욕실에 붙여두었던 접착식 랙은 9월 초에 접착력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접착식보다는 흡착식이 오래가는 편이다. 노트북용 테이블을 이케아에서 하나 샀고 빗자루로 청소하다 보니 게으름이 도져 청소기를 알아보고 있다. 그렇게 편한 듯 불편한 듯 반년을 살았네. 이제 추위를 향한 발걸음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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