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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JEJU

제주국제관악제

by 유체 2023.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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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관악제와 제주국제관악콩쿠르

Jeju International Wind Ensemble Festival

/ The 18th Jeju International Brass Competition

 

매년 7~8월이 되면 제주도는 관악기 소리로 가득하다. 축제와 경연이 함께 들썩이는 한 여름의 제주도는 그야말로 흥이 넘친다. 올해는 8월 7일부터 16일까지 제주문예회관 대극장, 제주해변공연장, 서귀포 예술의 전당, 천지연폭포 야외공연장, 그 외에 작고 소소한 장소에서 펼쳐졌고 제주아트센터에서 마지막 날에 콩쿠르 시상식 및 입상자 음악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내가 살고 있는 삼도이동은 해변공연장과도 가깝고 퍼레이드도 볼 수 있어서 퇴근시간이 맞을 때마다 들렀다. 아무것도 없던 매일 저녁이 브라스의 화음으로 한층 풍부해진 것이다.

 

제주해변공연장. 태국의 나콘랏차시마예술대학 마칭밴드가 등장했다.
제주해변공연장. 태국의 나콘랏차시마예술대학 마칭밴드가 등장했다.

 

1. 탑동해변공연장과 칠성로 퍼레이드

8월 10일 공연장을 찾았다. 늦은 시간이어서 마지막팀인 중앙라인강관악단(독일)이 연주하고 있었다. 초록색의 옷을 맞춰 입은 그들은 정통 클래식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대중음악을 연주했다. 본조비의 you give love a bad name을 들으며 추억에 잠겼다가 한국이라 그런지 강남스타일도 연주하며 분위기를 띄우자 관객들의 호응도 커졌다. 강남스타일은 비교적 단조로운 흐름이었지만 익숙한 멜로디와 베이스의 리듬에 흥이 났다. 그리고 아마 카메라타 싱어즈의 보컬인 것 같은데 여성 한 분이 나와서 샹송을 몇 곡 불렀다. 에디트 피아프가 불러 유명한 누구나 알만한 곡들이었고 의외로 관악과도 잘 어울렸다. 마지막에 노사연의 만남을 한국어로 불러주었다.

11일에 또 갔다. 경남필하모닉청소년관악단의 공연은 이미 끝났고 독일의 피닉스 파운데이션이라는 팀이 연주를 하고 있었다. 선곡이 좋았다는 기억이 있는데 제목을 하나도 모르겠다. (브로셔에도 적혀있지 않았다) 그들은 앙코르를 받았는데 이후 경남필과 컬래버레이션 공연이 있다고 하며 인사를 대신했다. 그리고 태국에서 온 나콘랏차시마예술대학 마칭밴드가 등장했는데 마칭밴드답게 무대가 아닌 아래쪽에서 연주를 펼쳤다. 태국의 관악연주는 뭔지 모르게 생소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들의 전통 복장과 안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색다른 무대를 봐서 좋았다.

15일은 페스티벌의 피날레였기 때문에 퍼레이드부터 쭉 참가했다. 퍼레이드는 오후 6시에 문예회관을 출발해서 공연장까지 이어지는데 나는 칠성로에서 기다렸다. 도로도 통제하는 꽤 큰 규모였는데 경찰들과 스태프들의 질서있는 운영에 불편한 점은 없었다. 처음에 말을 탄 경찰들이 들어오면서 눈길을 끌면 뒤를 이어 피켓을 든 스태프를 따라 참가했던 팀들이 연주도 하고 손도 흔들며 행진한다. 생각 외로 가족단위로 퍼레이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손도 잘 흔들어줬다. 나도 공연을 보여준 팀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모두 나름대로 인상 깊었지만 가장 눈에 띈 장면은 나이가 지긋한 어딘가의 색소폰 연주회에서 온 할아버지들이 색소폰에 코팅한 종이로 악보를 붙이고는 힘겨운 걸음 속에서 당당한 소리를 내던 것이었다. 음악은 곧 청춘이라, 뮤지션은 언제나 젊은이다.

그들을 따라 공연장에 들어서니 무대 밑에 악기들이 모두 셋팅되어 있었다. 쇼스타코비치 축전 서곡을 시작으로 폰켈리의 트럼펫 협주곡, 꽃의 이중창 등의 연주를 했고 이 날의 절정은 아마 박범훈 작곡가의 '사물놀이와 관악단을 위한 신모듬 3악장'이었을 것이다. 오케스트라와 사물놀이의 협연은 정적과 동적, 동서양을 아우르며 많은 이들의 박수를 자아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안익태 작곡가의 한국환상곡. 100여 명에 달하는 합창단이 입장하고 익숙한 애국가의 멜로디를 바탕으로 한 웅장한 연주가 펼쳐졌다. 야외 공연이기도 하고 무대 밑에서 연주했기 때문에 악기 개별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아주 좋은 여름밤의 추억이 되었다.

 

2. 제주국제관악콩쿠르

그리고 16일, 제주국제관악콩쿠르의 시상식과 우승자 공연이 열리는 아트센터를 찾았다. 따로 예매는 필요 없으며 선착순 자율 입장이라 시간 맞춰 들어갔더니 아주 많지도 적지도 않은 관객들이 앉아 있었다. 시상식의 초반에는 원고와 진행이 맞지 않아 우왕좌왕했지만 점차 안정된 진행이 이어졌고 모두의 시상이 끝난 후 각 파트별 우승자와 제주도립교향악단의 협연이 이어졌다. 금관5중주는 벤투스브라스퀸텟, 트럼펫은 한국의 김준영, 트롬본은 캐나다의 줄리엔 하테간, 호른은 중국의 즈청 진이 우승했다.

 

 

15일에 지휘를 한 우나이 우레초, 16일에 지휘를 한 김홍식, 두 지휘자분들은 예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악보를 판매할 때 많이 봤었다. 지휘자용 총보를 사러 많이 오셨었는데 이렇게 제주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그들은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반가운 마음이 있었다. 서울에서 가장 열심히 일을 했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그 곳과 클래식의 클도 몰랐고 지금도 그렇게 관심이 많진 않지만 좋은 클래식 공부를 한 그 시절을 떠올렸다. 오케스트라의 가장 큰 감동은 그 많은 악기들의 조화로움인 것 같다. 정확한 음과 박자로 멋진 화음을 이룰 때의 그 찌릿한 전율은 밴드의 그것과는 또 다르다. 예전엔 그 틀이 싫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필요함을 느끼니 나도 클래식에 한 걸음 다가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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