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실전이다
누군가가 얘기했다. 자기만의 공간은 필요하다고. 그 공간을 찾기 위해 대략 20곳 넘게 본 것 같다.
좀 더 일찍 독립의 훈련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오롯이 나만 24시간 존재하는 공간이 생긴 것이 기쁘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여기서 나에게 집중해 보자.
집뿐만 아니라 의도치 않게 작은 텃밭도 생겼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1. 집 보러 가기
제주도 집의 컨디션은 어떨까. 도시와 마찬가지로 옵션에 따라 금액 차이가 났는데 웬만한 곳은 냉장고, 옷장, 침대, 냉장고 정도가 있었다. 제주시의 경우 원룸이 보통 월세 40 정도부터, 주택은 연세로 500 정도면 위치 및 컨디션, 옵션 등에 따라 방 2-3개가 가능했다. 가끔 전세 4000 정도에 원룸이 나오기도 했는데 나는 최소 1.5룸 이상을 구하기로 정했다.
제주도에 벌레가 많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주택과 빌라 등을 막론하고 집을 보러 가면 바퀴 한 두 마리쯤은 예사였다. 특히 주택은 반듯한 형태가 아닌 경우도 많아 가건물처럼 지어졌거나 가벽으로 분리해서 입구만 터놓은 형태도 많았다. 그런 경우 햇빛이 안 들어오는 구석진 주방에는 벌레가 꼭 있었다. 세입자가 나가고 비어있는데 청소나 관리가 안되어 벌레 사체가 그대로 있는 경우도 순위에서 제외했다. 내가 본 주택의 경우 대부분은 2층짜리 건물에 층을 나누어 생활하는 형태였는데, 주인이 한 공간에 있는 것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부동산을 통해서 본 집은 깨끗한 편이었다. 부동산 직원과 함께 보기도 하고 집 위치와 비밀번호를 받아 혼자 보기도 했다. 흔히 제주도 부동산은 매물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것과 관련해서는 자세히 모르겠다. 만약 실제로 그렇다면 엄청난 발품을 팔아야 할터이다. 서울에서 경험한 부동산은 오늘 본 집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집을 소개해주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눈 반면, 여기서는 그렇지 않았다. 노형에 있는 한 부동산의 젊은 직원만이 조건을 물어보며 여러 군데를 소개해 주었다. 어떤 부동산은 이틀 전부터 약속을 잡았지만 당일 30분 전에 나갔다고 통보하기도 하고, 또 다른 곳은 당장 볼 수 있는 것처럼 게재되어 있었지만 세입자가 일주일 뒤에 방을 빼니 그 이후에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하였다. 이러저러한 일들로 부동산에 대한 좋은 기억은 없다.
2. 결정하기
최종 후보지는 탐라도서관 바로 맞은 편의 풀옵션 원룸이었다. 월세와 관리비를 합하면 매달 60만 원 정도였다. 조금 비쌌지만 풀옵션에 제주에서 흔치 않은 도시가스 지역이었다. 8평 정도의 작은 공간이었는데 창문이 대로변의 공원 쪽으로 나있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집을 보는 동안 나는 창문 밖 풍경을 많이 따져본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고르는 기준 1순위가 아닐까. 같은 동네의 다른 원룸은 분리형인 데다 월세도 40이었는데 창문 밖이 옆 건물 벽으로 막혀 있어 계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다음날 마지막으로 본 삼도동의 단독 주택을 계약했다. 아무래도 비싼 월세가 내심 마음에 걸렸는지 마지막으로 오일장 신문을 펼쳤고 방 3개에 연세 400만 원이라는 매력적인 금액, 탑동과 전농로의 가운데에 있는 위치, 작은 텃밭, 집 주변을 맴도는 참새소리 등에 홀려 바로 계약을 했다.
무엇에 홀렸는지 보증금의 10%만 걸어도 되는 것을 그 이상의 금액을 입금하고 영수증을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니 완전 무옵션이라는 큰 단점과 깨끗하게만 보였던 벽에 곰팡이 자국도 많이 보였다. 그제야 관리는 괜찮을지, 벌레는 얼마나 나올지, 청소는 어떻게 할지, 가전과 가구는 어디서 살지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3. 여유롭고 객관적인 마음
마음이 급하다고 조급해하지 말자. 어느 정도 마음에 들면 당장 계약하지 않으면 놓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완전히 내 집이라는 촉이 오지 않는다면 한 번 보류하기를 권한다. 내가 아니라 친구가 구한다고 생각하고 객관적인 판단으로 천천히 되짚어가며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나는 사실 그런 촉이 와서 현실적인 문제를 뒤로하고 덥석 계약했지만 잘 모르겠다 싶으면 한 발 물러서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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