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살고 싶은데 집은 어떻게 구하는 것일까.
나는 제주도에 온 지 2년 6개월로 혼자 집을 구해 정착한 지 2개월 된 새내기 이주민이다. 제주에서 집을 알아보고 계약과 이후 정리까지의 고군분투를 바탕으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적어본다.
모든 것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므로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1. 지역을 정한다
제주도는 체감보다 더 큰 섬이다. 한라산을 기준으로 보통 제주시, 서귀포시, 동쪽, 서쪽으로 나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지역으로는 제주시를 시작으로 오른쪽으로 조천, 구좌, 성산, 표선, 서귀포시, 중문, 대정, 한림, 애월 그리고 중산간지역 등으로 부를 수 있다.
제주도는 도시적인 감각의 멋진 가게들도 곳곳에 있지만, 실제 생활면에서 보면 그야말로 시골이다. 조금만 벗어나면 밭인데다 공산품의 물가가 높고 관광객의 의존도가 높은 곳. 도시처럼 살기에 편리한 곳은 아님이 틀림없다.
나의 경우, 2020년 말에 직장으로 이주를 하면서 기숙사에서만 2년을 살았기 때문에 제주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아쉽기는 했지만 타지에서 고생하는 것도 없고 세금과 집관리 차원에서 아주 편했다. 그곳은 바다가 가까운 제주시의 살기 편한 동네였는데 2023년 봄에 퇴사를 하게 되고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야 했다. 대부분의 동료는 일을 그만둠과 동시에 육지로 돌아갔다. 나는 제주도에 살기를 오랫동안 바라왔기에 오히려 이제부터 진짜 제주도에 산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떨리기도 했다. 기숙사를 비우기 2달 남짓한 시간동안 앞으로 살 집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상황분석. 나는 1인 가구이고 차가 없다. 즉 대중교통 이용이 많을 것이다. 또한 기숙사에 사느라 2년을 제주에서 살았지만 다른 지역에 대한 이렇다 할 감각이 없었다. 익숙한 제주시와 잘 모르는 다른 지역들... 어디에서 살고 싶고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 무엇이 필수이고 무엇이 차선일까. 수많은 선택지가 나올때마다 끝없는 질문을 던지며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나갔다. 우선은 지역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하고 마음에 드는 집이 있으면 가서 동네도 함께 둘러보기로 하였다.
2. 연세 월세 전세
전세와 월세는 흔히 아는 방식이고 연세는 제주의 풍습이라 할 수 있다. 연세는 사글세와 비슷한 의미로 1년 치 월세를 보증금과 함께 계약 시점에 주인에게 지불하게 된다. 월세를 연세로 전환할 경우 한 달 치 월세를 빼주는 경우도 많다. 연세는 아마도 신구간의 영향으로 생겨난 풍습일 것이다. 나는 가지고 있는 금액으로 가능한 모두를 염두에 두고 찾았는데 오피스텔이나 원룸의 경우 월세가 많았고 주택이나 읍, 면단위에 있는 집의 경우 연세가 많았다. 전세는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있어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3. 신구간
신구간은 제주도에서 신의 방해를 받지 않고 이사할 수 있는 기간이다. 절기로 보면 대한 5일 후부터 일주일로 보통 1월 말에서 2월 초 정도이다. 큼직한 손 없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요즘에는 육지에서 오는 이주민이 많아지고 이사가 수시로 이뤄지다보니 신구간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경험해보니 아직은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교차로나 오일장 신문의 두께가 평소와 달랐고 매물이 생기고 빠져나가는 속도도 달랐다. 어떤 경우에는 1년 계약이 아닌 임차일부터 내년 신구간까지로 계약을 원하는 주인도 제법 있었다. 집을 구할 생각이 있다면 신구간에 맞추는 게 아직은 선택지가 넓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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