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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서울, 예술의 전당

by 유체 2024.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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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울에 가는 일정. 비행기는 아침 도착이라 오후 시간이 여유로운 상태여서 어디 갈지 고민하다가 요 며칠 전에 우연히 연락이 닿은 전 직장에 놀러 가기로 했다. 시간도 딱 맞춰 공항에 도착했고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그다지 붐비지 않아 음 술술 풀리는군 하며 비행기에 탑승했다.

내가 탄 비행기는 정시 이륙을 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고 활주로에서 두번째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제주 공항의 요청으로 갑자기 돌아간다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 무슨 일인고 하니, 누군가가 기내에 과도를 들고 탑승한 것을 뒤늦게 발견해서 그분의 짐검사를 다시 하기 위해서였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와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파란 가방을 든 여성분을 찾아 헤맸고 당사자를 발견하자 과도가 없는지 다짜고짜 물었다. 그녀는 없다며 당황해하면서 그들과 함께 짐을 들고 앞쪽 문으로 향했고 10분? 20분? 쯤 지났을까 그녀는 돌아왔다. 기내 방송은 짐 검사 결과 이상은 없었으며 당사자와 탑승객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뭔가 억울한 마음에 화장실이 가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음료 서비스를 받아먹고 그렇게 한 시간이 지연된 채 서울에 도착했다. 액땜했다 치자!

 

집에 잠시 들러 짐을 두고 버스타러 소월길로 향했다. 날씨가 너무 좋고 제주보다 더웠다. 벚꽃은 이미 없었지만 다른 꽃들이 형형색색 빛나는 남산을 뒤로하고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전 직장이 예당에 있다) 버스에서 내려 늘 산책하던 길인 대성사로 쭉 올라가니 겹벚꽃은 아직 곱게 피어있었다. 크게 한 바퀴 돌고 들어가야지 하고 올라가는데 마침 내려오던 지인과 만남! 예전부터 같이 식후 산책을 즐기던 그 길을 여전히 즐겨 다닌다고 했다. 반가워하며 라떼에서 커피 한 잔 얻어먹고 다른 지인들과도 수다삼매경. 너무나도 여전하고 익숙해서 어제도 출근한 것 같은 기분이라니. 나도 그때는 참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는 그들이 바쁜 틈을 타 예술의 전당을 둘러보았다.

 

갓 모양의 지붕이 인상적인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대성사 올라가는 길의 겹벚꽃. 이 계절을 참 좋아했다.

 

지금은 전시가 많이 없었다. 빅토르 바자렐리 전.

 

저기 뒤에 있는 벤치에 앉아 많은 휴식을 취했다. 때로는 누워서 하늘을 보았고.

 

그 당시의 길냥이집이 아직도 자리하고 있었다. 길냥이는 보이지 않았다.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은 지인들, 자주 가던 화장실, 멍때리던 벤치 옆의 길냥이집,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경비아저씨와 시설아저씨의 얼굴을 보니 뭔가 타임머신을 탄 기분. 10년의 세월이 구름처럼 느껴졌다.

다른 지방 도시도 그렇겠지만 제주에 살면서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예술과 문화의 경험치랄까. 물론 지금도 즐기는 만큼 충분히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방에 비해서는 접근성에서 단연 우위이고 다양한 고자극의 기회(?)가 많은 것이 서울의 장점. 일할 당시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전시나 클래식 공연 덕분에 일부러는 찾아보지도 않을 미술과 클래식 등을 접하며 더 넓은 세상을 경험했더랬다. 쉬는 시간이면 md구경하러 갔다가 엽서 한 장씩 사 오곤 했었는데. 아주 잠깐 서울로 다시 오고 싶은 마음도 들었었다.

 

다음날도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역 쪽으로 걸어가는데 뭔가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 된 느낌. 내가 너무 촌스러워졌나? 그건 아니겠지.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서울이 되었으니 당연한 느낌일지도. 다음에 가면 또 어떤 기분일까, 내가 살았던 그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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