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몰아보기 : 더 폴-디렉터스 컷 / 파문 @CGV제주
요즘 TV와 SNS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지 나의 이성은 예술적인 자극이 필요하다고 속삭였다. 그래서인가 오랜만에 영화가 보고 싶어서 CGV 뒤적뒤적. 그러다 눈에 띈 두 영화, 더 폴-디렉터스 컷과 파문이었다.
더 폴은 포스터를 보자마자 백 퍼센트 영상미가 멋질 거라는 확신으로, 파문은 내가 좋아하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라서 선택했고 시간대도 오전 오후 딱 좋았다. 하나 보고 점심 먹고 또 하나 보고!
오랜만에 CGV가는데 도로에 뭔가 신기한 게 생겼다. 올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한다는 섬식정류장, 그리고 양문형 버스의 도입. 호오... 제주도에 이런 게 필요한가?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확실히 이 부근이 가장 복잡한 도로이긴 하지만 대도시처럼 버스 정류장이 그렇게 붐비지도 않고... 무언가의 이유가 있는지 살펴보고 다시 블로그 써야겠다. 제주도의 정책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져봐야겠어.
그리고 CGV.
원래도 평일에 한적하긴 했는데 오늘도 조용했다. (그래서 더 좋아한다. 영화는 평일에 보는 편) 한 가지 위화감(?)을 느낀 건 오전이라 그런가 스태프가 없다?... 푸드코너만 두 명이 있고 입장 확인 스태프나 끝난 후 정리해 주는 스태프도 보이지 않았다. 오후에는 한 명 있긴 했는데 역시 관객이 적으니 인력부터 점점 줄이는 걸까. 뭔가 텅 빈 것 같아 씁쓸했다.
더 폴-디렉터스컷 (2024)
2006년 개봉했던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의 감독판. 어디선가 듣기로는 마니아 팬들의 입소문 덕분에 다시 개봉할 수 있었다고 하는 명작. 사실 이 영화는 포스터만 보고 내용이고 평점이고 상관없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나에게 좋은 자극을 줄 수 있을거라 믿었고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알려진 대로 영상미가 압권. 듣자 하니 CG가 단 하나도 없는 실제 촬영! 18개국 26개의 로케이션, 촬영기간만 4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광고 전문 감독(타셈 싱) 답게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메인 스틸컷으로 손색없다. 배경의 색감과 구도는 물론인데 내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건 사람들이었달까... 배우들의 패션과 몸의 밸런스(?)가 아름다워...(늘 말하지만 변태 아닙니다) 특히 주인공 로이의 비율이 놀랍도록 멋있어서 나중에 찾아보니 키가 193이더라. (역시...) 아무튼 영상미에 힘을 줘서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평도 있던데 난 전혀 그렇지 않았고, 로이의 천일야화처럼 느껴져서 흥미로웠다(전혀 연관성 없음). 그리고 음악. 오랜만에 들은 클래식 음악인데 참 잘 어울리고 좋았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없이 봤을때는 2000년 이전 작품일 줄 알았는데 2006년이라고 해서 좀 놀랐고, 감독 인터뷰 중에서 왜 CG를 사용하지 않았냐 하는 질문에 가짜는 금방 퇴색되지만 진짜는 낡거나 뒤지지 않으니 극 중 아이가 영원히 기억할 이야기라면 그 어떤 가짜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고집이 있었다고 했다. 이 영화는 그 생각이 절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정말 멋진 작품 잘 봤습니다!
파문 (2025)
나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작품을 대개 좋아한다. 안경을 제일 좋아하고 카모메 식당과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같은 흔히 말하는 힐링물의 영화가 좋다. 그런 분위기를 생각했다면 파문은 꽤 이질적이라 느낄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동일본대지진이 있은 후의 현실부터 시작한다(아무래도 이 사건은 일본인의 마음과 삶에 큰 '파문'을 일으킨 것이 틀림없다). 수돗물을 마실 수 없게 되고 비도 맞을 수 없는 날이 계속되던 중 갑자기 남편이 집을 나가버리고, 이후 혼자 모시던 시아버지가 죽고 아들은 멀리 취직해서 요리코는 혼자 조용히 살고 있다. 그녀는 갱년기가 왔고 마트에서 알바를 하고 있으며 물의 힘을 믿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있긴 하지만 혼자 익숙해진 삶을 잔잔하게 이어나가는데, 남편이 갑자기 돌아오고 아들이 청각 장애를 가진 여자친구를 데려오는 등 일상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어지는 스토리.
영화에는 다양한 물이 나온다. 그녀가 신봉하는 생명수, 정원에 주는 물, 빗물, 수영장의 물, 그리고 모래로 만들어진 물. 실제 물에 일어나는 물결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마음에도 다양한 형태의 파도가 일고, 여러 과정들을 지나 점점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마지막엔 그만두었던 플라멩고를 추며 웃는다. 동일본대지진을 표현한 다양한 작품들이 결국에는 희망을 이야기하듯, 이 영화도 블랙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그녀의 독립적이고 평온한(?) 미래를 응원하게 된다.(읭?ㅋㅋ) 뭐 그런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점심으로 시청앞에 있는 미스터 피자에서 점심 피자뷔페(10,900원!)를 먹으려고 했는데 1인이 안된대! 원재료값 상승 어쩌고하는 이유라고 적혀있었는데 정말 너무하시오! 혼자도 들여보내줘ㅠㅠ 아쉽지만 맘스터치로 대체했다.
아무튼 오랜만에 영화보니 너무 즐거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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