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곳에서 자유를 갈망하다
영화계의 오마카세 OCN이 쇼생크탈출을 보여줄 때는 몇 번을 보면서도 항상 채널을 멈춘다. 왜 볼 때마다 재미있는 것인지. 사실 탈옥이 주제인 것 치고는 레드가 설명을 너무 잘해줘서 엄청난 긴장감은 없다. 오히려 교도소 안의 다양한 삶을 통해 인간이 느끼는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인간적인 부분이 더 와닿아서 채널을 돌리지 못하고 끝까지 보고 있는 것 같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1. 1994년 미국 영화
스티븐 킹의 소설 '리타 헤이워스와 쇼생크탈출'이 원작이다. 감독은 프랭크 다라본트로 그린마일, 워킹데드 등의 영화를 만든 감독이고, 주인공 앤디역의 팀 로빈스와 레드역의 모건 프리먼이 등장한다. 앤디는 은행의 부지점장이었는데 아내와 그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쇼생크로 오게 된다. 교도소의 텃세에 적응하는 동안 레드와 친해지고 점차 익숙해지면서 도서관 책도 지원받고 간수들의 회계 관리까지 하며 본인의 능력치를 십분 활용하게 된다. 결국 교도소장의 검은돈까지 관리하며 교도소장조차 그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새로 교도소에 들어온 토미는 앤디가 누명을 썼다고 증언을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을 알아챈 교도소장은 앤디를 계속 이용하기 위해 토미를 살해해 입을 막았다. 앤디는 벽을 계속 파내어 천둥 번개가 치는 어느 밤에 그동안 계획했던 탈출을 시행한다. 교도소장의 검은돈도 빼앗고 죄도 밝히며 유유히 멕시코로 떠났다. 결국 교도소장은 자살했고 가석방된 레드는 앤디와의 약속을 생각하며 지와타네호로 향하고 둘은 태평양 앞에서 웃으며 재회한다.
2. Brooks was here
이번에 다시 보면서 새로이 눈에 들어온 캐릭터는 브룩스였다. 50년 동안 장기 수감 중인 그는 쇼생크의 작은 도서관을 관리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쇼생크에서만 살았던 그는 가석방이 결정되고 그 불안감인지 무서움인지 모르지만 조용한 성격의 그가 우발적으로 동료를 위협하기도 한다. 계속 여기에 있기 위한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하면서. 앤디와 레드가 간신히 말려 정신을 차리지만 가석방된 그는 바깥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죽음을 택한다. 나이도 너무 많아졌고 세월도 많이 변화했고 돌아갈 곳도 반겨줄 누군가도 없는 그의 선택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살아야 하는 이유나 미래를 향한 희망, 지켜야 하는 것도 딱히 없는 삶에는, 손에 쥐어진 무한한 자유도 가치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곳이 많은 것이 금지된 교도소일지언정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장소에서 사는 쪽이 훨씬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레드 또한 가석방된 이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브룩스가 생을 마감했던 호텔이 머물면서 똑같이 슈퍼마켓에서 일을 하지만 그 역시 죄를 저질러 다시 쇼생크로 갈 생각도 한다. 십분 이해되는 그 심정이다. 비록 브룩스에게는 아무도 없었지만 레드에게는 앤디가 있었고 둘의 우정은 이후에도 이어졌을 것이다.
3. 편지 이중창,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쇼생크탈출의 가장 유명한 장면이라면 앤디가 탈출 후에 강에서 두 팔을 번쩍 올려 비를 흠뻑 맞는 장면, 그리고 교도소에 편지 이중창이 울려퍼지는 장면일 것이다. 편지 이중창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소프라노 두 명의 이중창이다. 부제가 편지 이중창인 이유는 수잔나와 백작부인의 편지 내용이 가사이기 때문일것이다. 보통 오페라 아리아는 특별히 제목이라는 게 없지만 보통 가사의 첫 소절을 제목으로 부르기 때문에 아리아곡집 같은 책에는 Che Soave zeffiretto 라고 많이 쓰여있다.
교도소에서 음악을 듣기란 불가능했을것이다.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면 그것이 주는 감정의 파도를 모두가 감당할 수 없었을테고 아예 차단해버리는 것이 그 곳의 질서를 유지하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교도소의 철망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것은 날 수 있는 새, 바람뿐일텐데 음악도 그 파동으로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앤디가 독방신세와 바꾼 그 행동이 많은 수감자들에게 감정적으로 무언가 모를 저릿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것이 기쁨인지 슬픔인지 자유인지 낭만인지는 차차 알게되었겠지.
삶 자체가 철창 없는 교도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유는 세상에 나온 모두에게 주어졌다지만 모두가 자유롭다고 느낄지는 모를 일이다.
지금의 내가 레드라면 나에게도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줄 앤디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언젠가 스스로 앤디가 될 날이 올까.
앤디가, 언젠간 될 거야! (루피버전)_(역시 똑똑해야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