킷사 핫피엔도과 밴드 핫피엔도
2023년 6월 21일 오늘의 제주. 오늘은 중고 에어컨을 보러 시청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새로 생긴 식당인 킷사 핫피엔도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우연히 전농로를 산책하다가 발견한 가게였는데 컬러감도 그렇고 이름도 그렇고 일본 킷사를 연상시키는 탓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핫피엔도는 호소노 하루오미가 했던 밴드의 이름이기도 한데 우연은 아니다 싶어 검색해 봤더니 예상대로 일본 킷사와 시티팝을 콘셉트로 연 가게였다. 보슬비가 내리는 여름과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1. 삼도일동의 킷사 핫피엔도
핫피엔도는 해피엔드의 일본식 발음이다. 그리고 앞에 붙는 킷사는 킷사텐의 파생어로 간단한 식사를 함께 파는 찻집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일본 킷사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나도 좋아하는데 옛스러운 분위기와 약간 어두운 조명, 구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그런 곳이다. 주로 메뉴는 오므라이스나 샌드위치 등 간단히 요기가 가능한 음식이 많다.
킷사 핫피엔도의 주요 컬러는 간판도 그렇고 인테리어도 그렇고 주황색과 초록색인 것 같았다. 킷사의 분위기에 현대감을 조금 넣어 본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컬러감이었다. 가게 안의 인테리어는 다른 말 필요 없이 내가 좋아하는 장르였다. 한쪽에 야마시타 타츠로를 메인으로 한 시티팝 코너, 핫피엔도의 음반 커버 액자들, 그 외에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여러 영화 액자들과 키무라타쿠야 리즈 시절의 포스터도 재밌었다. 사사로이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느껴짐과 동시에 이런 콘셉트로 가게를 운영하기로 결정한 게 마냥 쉽지만은 않았을 것도 같아서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많은 생각에 빠졌던 공간이었다.
BGM은 그야말로 시티팝이 계속 나온다. 기억나는 곡은 마츠바라 미키의 큐피드, 야가미 준코의 夜空のイヤリング (요조라노 이야링구, 밤하늘의 귀걸이), 코쿠부 유리에의 Just a Joke, 자드의 負けないで 등이다. 뭉뚱그려 시티팝이라고는 해도 가수도 많고 분위기도 각자 다른데 흐름이 아주 좋았을 정도니 곡 리스트에 신경썼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랜덤일지도 모르겠지만... 좋았다는 뜻이다.)
자 이제 아쉬운 것을 얘기하자면, 킷사인데 커피가 없다. 사실 이게 조금 치명적이지 않나라고 생각했던 게 나에게 킷사=마스터가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따지는 것도 의미가 없긴 하지만 가게 이름이 킷사니까 사실 커피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따뜻한 음료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게 가장 아쉬웠고 오늘 먹은 오므라이스도 평범한 맛이었다. 함박스테이크의 데미그라스 소스가 수제라고 들었는데 오므라이스도 케첩 말고 데미그라스를 얹어 주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개인 취향입니다) 공간이 은근히 편해서 앞으로 다른 메뉴도 먹어보러 가야겠다. 커피 얘기를 꺼내서 그런지 주인분께서 메뉴 준비 중인 다방커피가 있는데 마셔보겠냐고 주셔서 마셨다. 에스프레소 추출이 어렵다면 모카포트나 사이폰은 어떨까 하고 의견을 낼까 했지만 그냥 블랙커피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드리고 나왔다.
2. 밴드 핫피엔도 (はっぴいえんど)
아마도 킷사 핫피엔도를 만든 분들이 틀림없이 좋아할 밴드 핫피엔도는 1969년에 결성된 일본의 록그룹이다. 호소노 하루오미, 오오타키 에이이치, 마츠모토 타카시, 스즈키 시게루의 4인으로 결성되어 활동하다가 1972년 말에 해체했으니 그리 오래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밴드 활동보다 솔로로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음악은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어 잘 듣지는 않았는데 그 시절 뮤지션들과 후배 뮤지션들 중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향력은 대단했을 것이다. 지금 유행하는 시티팝이 제대로 탄생하기도 전에 나온 밴드이니 포크나 사이키델릭에 더 가까운 서양의 6-70년대 록 스타일이다. 듣기로는 서양의 록 스타일에 본격적으로 일본어로 노래한 게 처음이나 마찬가지라 당시에는 사람들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고하니 일본 록의 선구자인 셈이다. 그렇게 활동을 하다가 음악적 견해 차이로 해체를 한 후에 호소노 하루오미는 YMO를 거쳐 솔로 활동으로, 오오타키 에이이치는 시티팝을 일으켜 세우게 되고 나머지 멤버들도 활동을 이어나가던 중 2013년 오오타키 에이이치는 사과 조각에 의한 질식사로 갑자기 사망했다고 한다. 개개인이 너무 개성있고 뛰어난 뮤지션이라 오히려 밴드 활동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마치 비틀즈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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