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제주 - 내음커피바, 사라봉 밤산책

오늘의 제주 - 내음커피바, 사라봉

2023년 6월 19일 오늘의 제주. 오랜만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주변에 새로이 생긴 카페들이 어찌나 많은지 선택 장애가 있는 나로서는 약속 장소를 잡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내음커피바로 결정한 건 오늘 날씨가 그리 덥지 않았기 때문에 야외 공간이 있다는 것과 늦게까지 문을 연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친구와 산지천을 자주 걸었기 때문에 추억을 상기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서울은 폭염으로 고생하고 있던 오늘, 제주는 그나마 서늘한 바람이 불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산지천에서 바라본 내음커피바. 옆에 산지나미라는 식당도 있다

1. 내음커피바

내음커피바는 동문시장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강인 산지천에 있다. 오픈한 지 몇 달 안 된 신상 카페이고 1층에 카운터, 2층에 앉는 공간, 그리고 야외 정원이 있다. 옆에 장진우 셰프가 운영하는 산지나미라는 일식집이랄까 이자까야가 있다. 나는 내음에 두 번 가서 매번 야외에 앉았는데 그 공간은 산지나미 손님들과 함께 쓰는 공간이라고 한다. 역시 시원한 날에는 야외에 앉아야지. 내음은 오전 8시에 문을 열어 밤 10시까지 영업한다. 아직은 쉬는 날도 없는 것 같다. 1층에 바자리가 2석 있고 2층은 커다랗고 둥근 조명을 중간에 두고 의자가 빙 둘러있다. 2층에서 바라보는 산지천이 아주 좋다. 전체적으로 노출 콘크리트이고 곳곳에 갤러리처럼 액자가 걸려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였다. 단호박 크림라떼가 메인 메뉴인 것 같은데 아직 못 마셔봤고 아이스 카페라테와 초코라테는 무난한 맛이었다. 브루잉커피와 주스, 위스키도 있어 낮술도 가능하다. 다음에 가면 위스키를 한 잔 마셔봐야겠다.

야외정원에는 파라솔과 의자, 벤치 등 여러 타입의 의자가 놓여져 있다. 얼마 전까지 페인트칠 마감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가보니 다 끝나있었다. 나무와 꽃도 잘 가꾸어져 있어 포근한 정원의 느낌을 준다. 그 정원 때문에 앞으로도 몇 번 더 가게 될 것 같다.

 

내음커피바 2층 공간. 커다란 조명이 어색한 시선을 분산시켜준다.

2. 사라봉 야간 산책

저녁으로 삼도동 도민 맛집인 '좋아좋아숯불갈비'에서 고기를 잔뜩 먹고 배가 부른 우리는 사라봉 야간 산책을 하기로 했다. 사라봉 정상에 가는 길은 크게 2가지인데 모충사가 있는 쪽의 계단을 20분 정도 올라가서 도달하는 방법과, 사라사와 등대가 있는 쪽에서 평탄한 오르막길을 20분 정도 올라가는 방법이다. 나는 평소에는 계단으로 올라갔다가 평탄한 내리막길로 내려와서 제주항 쪽으로 걸어온다. 하지만 밤이니까 차로 등대까지 가서 주차해 놓고 한적한 숲길을 오르기로 했다. 등대 앞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제주항과 바다의 야경도 제법 멋져서 데이트하기 딱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용한 한밤의 숲은 무서우면서도 운치 있기도 했다.

사라봉은 높이 184미터의 나즈막한 오름이다 (사라오름이라고도 부른다. 한라산에 있는 사라오름과는 다르다). 중산간에 있는 인적 드문 오름과는 달리 이곳은 시민들이 자주 찾는 산책로여서 늘 인적이 많다. 사라봉만으로도 좋지만 별도봉으로 연결되는 길, 해안가 절벽을 따라가는 길, 곤을동으로 빠져서 화북으로 통하는 길도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또 우당도서관과 국립제주박물관도 있어 문화를 즐기기도 좋다. 그리고 생활체육시설과 다목적 체육관도 있어 몸을 단련하기에도 좋다. 사라봉 일대는 나도 아주 좋아해서 자주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

특히나 사라봉은 일몰이 유명해서 영주 10경 중 '사봉낙조'로 유명하다. 우리가 주차했던 등대는 제주도 최초의 유인 등대인 산지등대인데 거기서 봐도 좋고 사라봉 정상에서 봐도 좋다. 숲과 바다와 한치배의 불빛과 도시의 야경이 멋지다. 정상에서는 바다와 한라산도 보이고 사라봉 명물인 토끼도 볼 수 있다. 또한 봄에는 벚꽃 명소로도 유명하니 이 쯤되면 365일 24시간 좋은 곳이 바로 사라봉인 것 같다.

 

사라봉 정상에서 보는 야경. 멀리 한치배가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