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6월 15일 오늘의 제주
오늘은 평소와는 다른 루트로 산책을 했다. 바닷가를 거닐고 싶은 기분에 태양은 뜨거웠지만 선크림을 잔뜩 바르고 모자를 쓰고 길을 나섰다. 뜨거운 태양에 비해 그렇게 막 덥지는 않았다. 그늘에 앉아 있으니 바람이 서늘할 정도였다. 집에서 서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용두암이 나오는데 거기부터 해안도로가 계속 펼쳐진다. 서부두의 바다와는 다르게 광활한 느낌이 드는 것은 지대가 약간 높아서 그런 것일까. 내려다보는 바다와 현무암이 제주도에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그리고 제주의 6월은 수국의 계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곳곳의 수국이 섬을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든다.
1. 수국이 수북
제주도는 수국 명소가 몇 군데 있다. 답다니수국밭, 휴애리, 마노르블랑, 한림공원 등 여기저기 정말 많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곳도 있는가 하면 그냥 길가에 피어있거나 오름 오르는 길에도 피어있다. 그야말로 꽃천지여서 제주도가 가장 예쁠때가 아닌가 싶다. 토양에 따라 색도 가지각색이고 파스텔톤부터 진한 색까지 다양한 멋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자라는 환경에 따라 색깔을 달리 피우는 수국이기에 진심이자 변덕, 순수이자 냉정인 정반대의 꽃말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국은 중국이 원산지이나 우리가 흔히 보는 수국은 일본에서 개량한 품종이라고 하며 암술이 퇴화하여 열매는 맺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유 야생화인 산수국은 암술과 수술 모두 있어 열매도 맺고 씨앗도 생긴다고 한다. 별수국이라고도 불리며 이름대로 대게 산에서 자란다. 천국의 계단으로 유명한 서귀포 영주산에 가면 정상에 오르는 길따라 산수국이 아름답게 핀다고 한다. (산수국은 7-8월이 절정이라고 하니 참고)
용두암은 정말 옛날부터 제주의 대표 관광지로 용의 머리를 닮은 바위가 있다고 해서 용두암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공항 근처에 있어 도착하거나 출국하는 날에 시간이 애매하면 들르기 좋다. 사실 볼 것은 바위와 바다가 전부일지 모르지만 입장료도 없으니 제주를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충분하다. 근처에 바다뷰의 카페들이 많이 있으니 드라이브하다가 커피 한 잔 하면 좋겠다.
용두암 입구는 서한두기인데 입구부터 용두암까지 가는 길목에 수국이 피어있다. 너무 수가 적어서 실망할 수 있으니 기대는 하지 말 것. 하지만 서한두기에서 동한두기로 넘어가는 용연구름다리를 건너면 생태공원에 수국이 많이 심어져있다.
2. 용연구름다리
용연은 바닷물과 계곡물이 만나는 곳이다.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지 않아 이곳에 살던 용이 승천해 비를 내리게 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 그래서 그런지 물빛이 에메랄드빛이고 바닷가 반대쪽으로는 용암석 같은 신비로운 암석들이 늘어서있다. 정말 용이 살았다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야경이 유명하고 산책로도 잘 되어있어 해 질 무렵 슬렁슬렁 구경하기 좋다. (나는 야간에 가 본적은 사실 없다)
구름다리 앞에 라멘쿠다사이라는 라멘집에 종종 갔었는데 가라아게가 맛있었다. 또 그 앞에 바다를 바라보고 앉을 수 있는 벤치가 몇 개 놓여 있는데 나무 그늘의 바람이 너무 좋아서 거기 앉아 한참 동안 노래도 듣고 생각도 하고 풍경도 바라보았다. 앞으로 책 한 권 들고 자주 갈 것 같다.
다리를 건너 동한두기로 가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내가 좋아하는 '바라나시 책골목'이라는 짜이가 맛있는 북카페도 있고 횟집을 비롯한 음식점이 늘어서 있다. 그리고 위로 올라가면 아직 조성 중인 생태 공원을 볼 수 있는데 원래는 용담중앙공원이다. 용담1동은 공원시설이 부족한 곳이었고 2021년에서야 몇몇 시민들만 이용하거나 개인 경작지로 사용하던 이 공원을 생태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금은 공간을 정리하고 수국과 장미, 동백나무 등을 심어 놓았다. 계획대로라면 놀이시설과 마켓, 산책로도 하늘길처럼 만든다고 하는데 실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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