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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JEJU

오늘의 제주 - 무화과 한입

by 유체 2023.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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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제주 - 칠성로 구옥 카페 무화과 한입

2023년 6월 27일. 오전에는 갑자기 소나기가 오고 천둥번개가 치더니 오후에는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워낙 변덕스러운 제주 날씨이지만 하늘을 보니 폭우가 올 것 같지는 않아서 산책 고픈 강아지마냥 집을 나섰다. 바람은 꽤 불었지만 하늘의 비행기는 계속 착륙을 시도했고 흩뿌리던 비마저 잠시 멈췄다. 올여름 첫 콩국수를 한 그릇 들이키고는 피쉬만즈를 들으며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비가 잠시 그치는 이때가 아니면 장마는 정말 괴로웠을지도 모른다.

 

1. 무화과한입

구옥의 구조를 그대로 살린 무화과한입의 내부 인테리어
구옥의 구조를 그대로 살린 무화과한입의 내부 인테리어

제주시 구도심의 쇼핑거리인 칠성로의 한 구석에 자리한 카페 무화과한입은 옛 구옥의 인테리어를 살린 북카페이다. 읽을 수 있는 책이 많다기보다 판매용인 제주 관련 책, 그림책 등이 많다. 내부에 나무가 많아 정감가는 느낌이 들고 조용하다. 바깥에도 자리가 있어 오늘같이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에는 가만히 앉아 멍 때리기 좋다. 왔다 갔다 하는 길냥이들과 앞집 감나무, 피고 지는 산수국,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도 좋다. 가져간 책을 읽다가 덮어버리고 가만히 새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커피는 4,500원부터, 음료는 대략 5-6천원이고 간단한 구움 과자 등도 있다. 가끔 도민분들 단체로 와서 조금 시끌시끌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곳이라 가끔 간다. 맞은편에 온차라는 돈가스 가게도 있고 뒤쪽에 곤밥이라는 유명한 정식집도 있어서 식사 후 방문도 추천이다.

 

안에 앉아있다가 음악이 끊겨서 밖으로 나와보았다. 역시 바깥 자리가 좋다.
안에 앉아있다가 음악이 끊겨서 밖으로 나와보았다. 역시 바깥 자리가 좋다.

우리가 카페에 바라는 것은 참 많다. 커피도 맛있어야하고 자리도 편해야 하고 사진도 잘 나와야 하고 음악도 좋아야 하고 친절해야 하고 때로는 노키즈, 노애니멀 (가끔은 반대의 경우도) 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카페가 있는데 한 번 갔던 카페에 좋은 마음으로 여러 번 재방문하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나의 경우에도 집 바로 옆에 있는 카페는 가격도 착하고 일찍 열고 음악도 좋고 다 좋은데 커피가 나와 맞지 않아 매번 방문을 고사하니 말이다. 여기도 초반에 주인분이 카운터에 있을 때는 공간을 관리한다는 생각이 들어 따뜻한 느낌이 들었는데 요즘은 제주라는 겉옷을 입은 평범한 곳이 된 건 아닐까 싶어 조금 아쉽다. 작은 카페라서 더더욱 그런 것 같다. 감나무가 보이는 바깥 자리가 없었다면 아마 여러 번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을 상대로 하는, 사람이 하는 장사라는 게 어려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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