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제주 - 칠성로 구옥 카페 무화과 한입
2023년 6월 27일. 오전에는 갑자기 소나기가 오고 천둥번개가 치더니 오후에는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워낙 변덕스러운 제주 날씨이지만 하늘을 보니 폭우가 올 것 같지는 않아서 산책 고픈 강아지마냥 집을 나섰다. 바람은 꽤 불었지만 하늘의 비행기는 계속 착륙을 시도했고 흩뿌리던 비마저 잠시 멈췄다. 올여름 첫 콩국수를 한 그릇 들이키고는 피쉬만즈를 들으며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비가 잠시 그치는 이때가 아니면 장마는 정말 괴로웠을지도 모른다.
1. 무화과한입
제주시 구도심의 쇼핑거리인 칠성로의 한 구석에 자리한 카페 무화과한입은 옛 구옥의 인테리어를 살린 북카페이다. 읽을 수 있는 책이 많다기보다 판매용인 제주 관련 책, 그림책 등이 많다. 내부에 나무가 많아 정감가는 느낌이 들고 조용하다. 바깥에도 자리가 있어 오늘같이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에는 가만히 앉아 멍 때리기 좋다. 왔다 갔다 하는 길냥이들과 앞집 감나무, 피고 지는 산수국,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도 좋다. 가져간 책을 읽다가 덮어버리고 가만히 새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커피는 4,500원부터, 음료는 대략 5-6천원이고 간단한 구움 과자 등도 있다. 가끔 도민분들 단체로 와서 조금 시끌시끌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곳이라 가끔 간다. 맞은편에 온차라는 돈가스 가게도 있고 뒤쪽에 곤밥이라는 유명한 정식집도 있어서 식사 후 방문도 추천이다.
우리가 카페에 바라는 것은 참 많다. 커피도 맛있어야하고 자리도 편해야 하고 사진도 잘 나와야 하고 음악도 좋아야 하고 친절해야 하고 때로는 노키즈, 노애니멀 (가끔은 반대의 경우도) 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카페가 있는데 한 번 갔던 카페에 좋은 마음으로 여러 번 재방문하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나의 경우에도 집 바로 옆에 있는 카페는 가격도 착하고 일찍 열고 음악도 좋고 다 좋은데 커피가 나와 맞지 않아 매번 방문을 고사하니 말이다. 여기도 초반에 주인분이 카운터에 있을 때는 공간을 관리한다는 생각이 들어 따뜻한 느낌이 들었는데 요즘은 제주라는 겉옷을 입은 평범한 곳이 된 건 아닐까 싶어 조금 아쉽다. 작은 카페라서 더더욱 그런 것 같다. 감나무가 보이는 바깥 자리가 없었다면 아마 여러 번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을 상대로 하는, 사람이 하는 장사라는 게 어려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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