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오타쿠의 성지 애니메이트 (Animate)
애니메이트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곳이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엔 그저 오타쿠의 성지로 보일지도 모른다. 1987년에 세워져 일본 전역과 대만, 홍콩, 중국, 태국 그리고 한국에도 지점이 있는 명실상부 애니메이션 관련 굿즈의 최고봉이다. 일본 여행을 가게 되면 꼭 지역의 애니메이트를 방문하는데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지갑이 가벼워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1. 일본의 애니
애니메이트 본점은 이케부쿠로에 있다. 일본에만 약 120개 정도 매장이 있는 것 같으니 어디로 여행을 가더라도 최소 한 곳은 갈 수 있다. 굿즈, 만화는 물론 애니메이션 관련 서적과 음반도 있고 카페나 코스프레 전문 매장도 있으니 규모가 어마어마한 셈이다. 도쿄에만 10개도 넘게 있고 대부분 건물 한 채를 통째로 쓰고 있어서 구경만 해도 한두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나도 애니메이션을 본다고 말할 정도가 된 건 작년부터인데 애니광인 친구가 있어 OTT로 계속 추천을 받다 보니 재미가 붙어버렸다. 일본의 문화는 요즘 애니를 중심으로 뻗어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된 것 같다. 한때 우리나라에도 J-POP, 아이돌, 일본드라마 등이 유행했을 때도 있었지만 어느새 우리나라의 드라마와 음악이 점점 더 발전하고 유명해져서 여러 차트와 인지도면에서 앞서게 되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산업은 일본 내에서 더욱 발전했고 만화만큼은 일본이 꼭 쥐고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만화라는 출발점을 더 부각해서 애니메이션 제작이나 오프닝과 엔딩곡을 통한 음악으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체인소맨 오프닝 KICK BACK의 요네즈 켄시나 최애의 아이 오프닝 IDOL의 요아소비를 생각하면 애니메이션 음악을 계기로 거물급 스타가 되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애니를 본다고 하면 오타쿠의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메이저 문화임에 틀림없다.
나는 일본 문화가 개방되기 전에 사춘기를 보낸 세대라서 일본 문화를 즐길 때는 왜인지 숨고 싶은 기분도 들지만, 요즘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 조카들도 일본 애니를 좋아해서 아무렇지 않게 코스프레도 하고 애니메이트도 간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외국 문화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세대가 태어난 것이라 생각하면 기분이 뭔가 이상하다. 나는 늘 일본 문화를 즐기고 좋아하는 것에 죄책감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렇게 받아들이는 새로운 세대들이 있으니 신기하기도 하다. (옛날 사람...)
아무튼 일본에서 출발한 애니메이트는 한국에도 두 곳이 있는데 서울 홍대점과 부산점이다. 나는 홍대점만 가봤는데 생각보다 잘해놓아서 재밌었다. AK플라자로 이사한 후 넓고 쾌적하고 굿즈도 제법 많다. 일본처럼 예약 판매도 하고 있고 온라인샵도 있으니 어느 순간에 갖고 싶은 게 생긴다면 검색해 보자.
그리고 홍대점 바로 옆에 애니메이트 카페가 있다. 신기하게도 의자가 없는 스탠딩 카페이다. 나는 체인소맨 콜라보카페를 운영할 때 한 번 가보았는데 음료 맛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메뉴명이 요즘 애니메이션 제목들처럼 문장으로 되어있는 것이 시그니쳐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체인소맨의 경우 '마키마가 이동 중에 마시는 커피' 라거나 '덴지에게 꿈과 같은 주스'처럼 그 인물의 상황을 이입시켜 최애의 기분을 맛보는 것.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어 가는 것이니 실질적인 맛은 신경을 덜 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사실 음료 퀄리티가 진짜 좋으면 좋겠다. 이번 코난 카페도 그랬으면 한다.
2. 추억의 북새통문고
바야흐로 십여 년 전, 만화책을 사려면 홍대역 앞에 있던 북새통 문고로 갔다. 왜냐하면 만화책 종류도 엄청 많았거니와 피규어나 드로잉책 같은 것도 있었고 대부분의 책을 20%씩 할인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만화 포스터가 잔뜩 붙어있는 지하 계단을 내려가면 정겨운 책 냄새가 가득했고 구하기 어려운 옛날 책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나에겐 고마운 곳이었다. 오래된 터줏대감처럼 서점도 주인아저씨도 자리를 지키고 계셨는데 도서정가제 시행과 코로나 등으로 2020년 폐업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없어져서 아쉽다고 생각했을 때, 우연히 애니메이트를 가게 되었고 북새통이 그곳에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검색해 보니 애니메이트가 북새통을 인수해서 그 공간에 함께 자리 잡았다고 했다. 그동안 북새통을 이용한 단골들의 기운이었는지 참으로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며 가보았더니, 비록 아저씨도 없고 운영도 애니메이트에서 하지만 북새통이라는 이름을 달아두어서 좋았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여러모로 방대했던 그때의 종류에 비해 터무니없이 한정적으로 변하고 매대 구성이나 판매에서도 전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데 이름만 달아둔 것은 오히려 마케팅으로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이다. 이해관계는 당사자들만 알겠지만 내가 만약 주인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나의 가게 답지 않은 곳에 이름을 붙여두는 게 싫었을까, 아니면 그렇게라도 흔적을 남기고 싶었을까. 함께 기억하는 손님들을 위해서라도 나 역시 이름을 달아 두고 싶었을 것 같다. 나는 그런 낭만적인 이유라고 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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