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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JEJU

관덕정과 제주목관아

by 유체 2023.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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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의 중심 관덕정과 제주목관아

삼도동의 랜드마크는 누가 뭐래도 관덕정과 제주목관아가 아닐까 싶다. 관덕정 버스정류장에는 많은 노선이 지나가고 제주도에서 가장 유서 깊은 건물이기도 하다. 매번 그냥 정자라고 생각하고 지나다니며 가끔 앉아 쉬곤 했는데 역사적인 가치가 생각보다 훨씬 높은 건물인 것이었다. 

 

1. 관덕정

관덕정이라는 것은 조선 시대 관아 건물의 하나로 '활쏘기란 그의 높은 덕을 살펴보는 것' 이라는 예기 사예편의 구절에서 유래했다. 이름은 고려 시대에도 존재하고 있었지만 조선 시대에 이르러 처음으로 지방의 관아마다 활쏘기가 포함된 군사 훈련을 목적으로 세워지면서 관덕정이 조선 시대의 것임을 가리키게 되었다. 창경궁, 대구, 제주, 개성에 관덕정이 있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없어졌고 건물 자체가 온전하게 남아있는 것은 제주 관덕정이 유일하다. 창경궁에도 왕이 활을 쏘던 관덕정이라는 이름의 건물이 남아있는데, 일제강점기에 많은 건물이 헐렸지만 관덕정은 살아남았으나 모습이 많이 바뀌어 1980년대에 오늘날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제주 관덕정은 대한민국 보물 제 322호로 지정되어 있다. 1448년 (세종 30년)에 제주목사 신숙청이 처음 지었고 처음에는 3칸 건물이었는데 이후 중수와 개축과정을 거쳐 현재의 건물모양이 되었다. 정면 5칸, 옆면 4칸의 단층 팔작지붕양식으로 처마가 길고 건물 높이가 낮은 제주 건물의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15척이나 되는 곡선의 처마를 2척이나 줄여 보수하여 전통적인 미가 사라져 버렸다.

해방 후 제주도의 임시도청, 도의회 의사당, 북제주군청의 임시청사, 미공보원 상설 문화원 등으로 사용되는 동안  의도치 않게 근현대사의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이 3.1절 발포사건 (제주 4.3 사건의 시발점이 되었다) 일 것이다. 현재는 관아도 복원되고 공공기관들도 흩어지게 되어 예전만큼의 중심지 역할은 덜어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역사의 중요한 증거로 남아있다.

나는 종종 관덕정에 앉아 가만히 바라본다. 과거의 아픈 역사가 일어난 곳임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다. 이제 관덕정 앞에서는 사람이 죽어나가는 대신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고 관광객이 한복을 입고 웃으며 사진도 찍는다. 과거는 아프고 그것이 잊힐 수는 없지만 그동안의 역사를 그 자리에서 묵묵히 지켜본 관덕정이 이제는 조금 평온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비오는 제주목관아의 전경
비오는 제주목관아의 전경. 멋스럽다.

2. 제주목관아

제주목관아는 제주지방 통치의 중심지로서 정치, 행정, 문화의 중심지였다. 추정으로는 탐라국 시대부터 주요 관아시설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된다. 관아시설은 1434년에 화재로 건물이 모두 불탔으나 다음 해부터 조선시대 내내 개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모두 훼손되어 관덕정 빼고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후 제주시에서 원래의 양식으로 복구하기 위해 1991년부터 1998년까지 발굴조사를 했고 그 결과 탐라부터 조선시대까지 중심 건물의 건물터와 유물이 출토되었다.

1993년에 국가사적 제380호로 지정되었고 발굴과정에서 확인된 초석 등을 토대로 탐라순력도 및 여러 고증과 자문을 거쳐 복원을 하게 된다. 이 복원사업에는 누구보다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는데 복원에 소요되는 기와 5만여 장 전량을 모두 시민들이 헌와해주었다고 한다. 제주도의 모두가 합심한 이 복원사업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2002년에 복원을 완료하였다.

목관아는 유료로 관람할 수 있는데 성인은 1,500원이며 제주도민은 무료이다. 주로 5월부터 10월까지는 무료 야간 개장을 하기도 하는데 18시~21시 30분까지 무료로 관아를 둘러볼 수 있는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조선시대에 있는 것처럼 고즈넉한 기운이 느껴진다. 입춘굿 때 쓰는 낭쉐도 있고 여러 놀이기구도 있어 조용하고 오붓하게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나는 비가 올 때 종종 가는데 처마 밑에 앉아서 가만히 빗소리를 들으며 풍경을 바라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리고 올해 2월에는 제주도의 큰 행사인 입춘굿을 관아에서 하길래 가보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명맥이 끊긴 입춘굿을 오늘에 맞게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낭쉐를 따라 관아 주차장에서 한 바퀴 빙 돌아 다시 관아로 따라 들어가고, 천 원짜리 국수도 먹고 (아무것도 없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국수 때문에라도 또 갈 것이다), 제주어로 해서 눈치껏 열심히 알아들으려 했던 극도 보고, 액을 쫓아내는 푸다시도 받았다. 부디 오래오래 이 전통과 역사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제주목관아의 내부를 볼 때 신는 나무 슬리퍼
제주목관아의 내부를 보려면 귀여운 슬리퍼를 신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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