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2월은 유방검진으로 시작했다. 3주 전쯤인가 왼쪽 가슴에 약간의 통증이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까 했지만 나이도 나이인지라 검색 후 평이 제일 좋은 한 병원에 연락했다. 예약을 하려는데 검진자가 많아서 제일 빠른 게 오늘이었다. 결과는 다행히도 이상 없었다.
검사는 엑스레이 촬영과 초음파였다. 아프다고 들었던 엑스레이 촬영은 생각보다 견딜만했고 갑상선 초음파도 같이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검진했다. 소요시간은 1시간 정도, 본인 부담금 7만 원 정도 나왔다. 1년마다 검진하라고 했는데, 검진스타일이 나와 맞지 않아서 다음에는 아마 다른 병원에 갈 듯하다.
약간 홀가분한 마음으로 맛있는 거 먹고 싶어서 집에 오는 길에 하와이스타일 음식인 포케를 먹었다. 큰 볼에 샐러드, 견과류, 연어, 현미밥 등을 담아서 소스를 얹어 먹는데 꽤 괜찮았다. 안에 들어가는 재료를 고를 수 있으니 영양소도 다양하게 먹을 수 있고 편리하고. 나의 식탁에도 도입해 보자고 생각했다. (하와이라... 우성씨 잘 지내시겠지...)

04.
입춘인데 계속 비가 온다. 그래도 제법 따뜻해졌다.
요즘 아시안컵을 보며 손흥민의 리더십이 너무나 와닿는다. 여러모로 완벽하다.
개명을 해서인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는데 예를 들면 예전엔 묵묵하고 성실한 준호선배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스타플레이어 서태웅이나 윤대협이 좋다. 밴드에서도 눈에 띄는 보컬보다는 연주 파트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화려한 프런트맨도 좋다. (예를 들면 지그자그의 미사마) 나로서는 놀라운 변화이다.
12.
설날인 관계로 고향에 갔다왔다. 우연한 기회에 초등학교 돌담길도 걷고 학창 시절 앨범도 보게 되었는데 그저 지우고만 싶었던 과거가 이제는 웃어넘길 수 있는 추억이 된 것 같아 마음이 묘했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된 것이겠지.
14.
어제 또 한 명의 지인이 제주를 떠난다기에 송별회를 했다. 6년을 제주에서 보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녀는 나중에 다시 돌아와 가능하다면 인생의 마지막까지 제주에서 보내고 싶다는 말을 했다. 삶의 방향은 수없이 바뀌겠지만 다시 온다면 반갑게 맞이해야겠다.
같이 있던 또 한 명은 유럽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나도 오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한 달 반동안 유럽 여행을 했었는데, 우리에게 유럽 여행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시간적, 금전적인 여유가 있음과 동시에 멀고 먼 타지에 가서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증거일까. 아시아를 벗어나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도 원하는 여행의 기회가 찾아오기를.
15.
원하지 않는 직업을 능숙하게 하고있을 때의 기묘한 허탈함과, 원하는 직업을 기대치만큼 하지 못할 때의 외로운 상실감에 대한 토론.
19.
강풍이 불었고 또 계속 비예보... 그래도 나의 화단에는 작년에 심은 꽃들이 봉오리를 맺으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겨울을 잘 버티었구나. 올해도 노랑꽃과 보라꽃을 볼 수 있겠다. 봄이 되면 남은 공간에 꿩의비름을 심어야지.
25.
귤 농사를 짓는 직원이 일터에 귤을 한 박스 갖다 놨는데 아무도 안 먹어서 썩어가길래 몇십 개 들고 와서 잼을 만들어보았다. 어렵지는 않은데 시간이 꽤 걸렸다. 전기 쿠커로 해서 그런 걸까나? 귤 열심히 까서 흰색 껍질 다 제거하고 믹서기도 없어서 가위로 전부 잘라 으깼다. 귤과 설탕 2:1로 넣었는데 생각보다 달아서 다음에는 3:1로 해봐야겠다. 작은 유리병에 4병 나왔으니 한동안은 잘 먹을 듯. 맛도 괜찮고 부지런히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9.
올해 2월은 하루가 더 있네. 집 1년 계약이 다음달 초에 끝나서 갱신을 하기로 했고 다시 일 년이 시작된다. 아직은 비가 계속 오는 겨울이지만 곧 봄이 오겠지. 좋은, 새로운 일 년을 보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