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겨울이 왔다.
10/31-11/01.
아일랜드에 사는 친구네 부부가 놀러 왔다. 2019년에 내가 아일랜드로 갔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5년이나 흘러 그들이 한국으로. 굳이 나를 보러 온 것은 아니겠지만 제주까지 와서 나와 놀아주어 고마웠다. 아일랜드에서도 그들이 운전하고 관광시켜 줬는데 이번에도 아직 운전을 못하는 나 때문에 그들이 렌트를 해서 나를 데리고 다녔다. 그래도 (그들이 괜찮다면) 잠만은 집에서 재우고 싶어서 열심히 청소하고 정리해서 준비완료, 진심으로 환대했고 편하게 지내다 갔으면 했다.
어색한 고사리육개장도 먹고 비자림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서우봉에 올라 너무 멋진 바다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여행시켜 줘서 고마워. 다시 아일랜드에 가서도 행복한 매일이 있기를 바란다.
02.
오랜만에 일이 일찍 마치는 날이었는데 마침 근처에서 제2회 드럼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어 잠시 구경하러 갔다. 전날 치러진 경연대회의 수상과 프로 드러머팀들의 공연도 이어졌다. 나도 20년? 전에 드럼 좀 쳤었지 하며 세 달 빠짝 하면 대회 우승도 가능하겠는데 하는 근자감과 함께, 마지막으로 연주한 팀의 능숙한 드럼 연주가 (이름 까먹어서 죄송합니다...) 인상적이었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03.
낮에 점심 먹고 나오는데 탑동해변공연장에서 쿵작 대는 소리에 이끌린 나의 발이 찾아간 곳에는 '제주 루키스테이지'라는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세팅 시작부터 공연 종료까지 총 10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 안에 밴드는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방식. 한 팀만 보고 갈까 하고 자리에 앉으니 매드MAD라는 팀이 나왔고 외국인이 2명, 한국인이 2명인 것 같았다. 경연곡 리스트를 미리 봤을 때는 카피곡도 있었는데 그들은 자작곡이었고 데스보이스를 내세운 거친 메탈곡이 연주되었다. 많은 곡 중에 이 곡을 보게 돼서 좋았다는 생각을 하며 웃었다. 역시 밴드, 하고 싶어.
05.
은목서의 계절
06.
지그자그 신곡이 나왔다. 다양한 장르를 한다는 것이 독이 될지 실이 될지는 지켜볼 일, 예전보다 대중들의 취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을까... 사이코우 앨범이 나왔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그때는 장르는 다양해졌지만 음악의 독창성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EP는 의외로 평범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그자그는 유니크함이 핵심이었는데... 조금 아쉽긴 하지만 1번 타이틀 슈메르츠(Schmerz)는 아주 멋지고 좋다. 라이브 최고일 듯.
09.
오자켄의 라이프 후드티셔츠 도착. 기모가 아닌 것은 좀 아쉽지만 사이즈와 만듦새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애착후드될 듯.
11.
요즘 오블완챌린지로 인해 강제로? 매일 블로그 쓰는 중. 21일동안 계속 쓰는 챌린지인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일단 할 수 있을때까지 해보기로.
날씨가 너무 좋아서 빨래 열심히 했어요.
15.
우연한 기회(?)에 곧 백수가 될 예정이라, 또 나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제는 제주를 좀 느껴야하지 않겠나, 제주살이다운 삶을 살아야하지 않겠나 싶은 마음은 있지만 이 마음은 작년에도 있었다. 환경을 바꿀 타이밍이 왔다는 것이 느껴진다. 음...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많은 2030이 제주를 떠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40도 이전에 비해 유입보다 유출이 많은 추세. 새로운 가게가 많이 생겼다는 블로그를 썼지만 사실 그만한 또는 그 이상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지방의 자영업은 정말 어렵구나 싶고 제주삶에 대한 인식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한 시절에 의외의 성수기를 누린 것이 사실인데 서서히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뭐 이런저런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살면 되는거지. 인생 뭐 있나.
24-26.
드디어 지그자그 미소기 고베! 그간 회사 정리로 바빴는데 잠시 숨돌리는 기간이 되었다. 제주-오사카 편의 비행 시간표가 너무 아쉽지만 이번엔 오사카가 아닌 고베를 선택해서 새로운 기분으로 갔다왔다. 고베까지는 베이셔틀을 탔는데 한 번 경험했으니 다음에는 리무진을 타보기로.
고베 미소기는, 후기를 따로 쓰겠지만 굉장히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사실 셋리스트가 완벽한 취향이 아니어서 어떨까 싶었는데 군데군데 흐름이 끊기는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무대위의 그들은 점점 더 완벽함을 갖추어가는 모습을 보고 그 간극에 대해 잠시 씁쓸했다. 솔직히 온전히 즐겁지는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한 이벤트가 있었다. 25일 아침, 메리켄 파크에서 야생의 류야를 만난 것. 이런 우연이 나에게 있다는 게 믿을 수 없었지만 그 만남은 지그자그를 다시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너무... 너무나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