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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지그자그 투어 - 마츠야마 -

by 유체 2024.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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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真天地開闢集団ジグザグ Tour -SAIKOU(最高)- in 마츠야마

- 2023. 11. 05

- 에히메현 마츠야마시 마츠야마 종합 커뮤니티센터 카멜리아홀

 

지그자그 투어를 가고자 열을 올린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어떤 음악에도 어떤 공연에도 흥미가 없던 내가 단숨에 사랑에 빠진 밴드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침체되어 있던 문화예술계의 분위기 때문인지 라이브의 즐거움을 잊어버렸나 했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여전히 나는 공연을 보는 것에 심장이 뛰고 있었다.

 

마츠야마종합커뮤니티센터. 카멜리아홀에서 첫 미소기!

1. 험난한 여정

일본의 경우 외국에서 공연을 보러 가려면 예매부터 쉽지 않다. 섬머소닉이나 후지록 같은 세계적인 페스티벌의 경우는 외국인 예매창이 열리기도 하지만 로컬의 경우 대부분 그렇지 않다. 티켓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고 응모를 하기까지도 -우리나라는 선착순 예매가 대부분이지만 일본은 응모를 해서 추첨으로 당락이 정해진다- 준비할 것이 꽤나 많다. 당첨이 돼도 취소가 안되기 때문에 못 가게 되면 양도를 해야 한다. 티켓의 경우 예전에는 편의점에서 바꾸는 종이티켓이어서 공연당일에도 수령이 가능했지만 요즘은 스마치케라고 부르는 스마트폰 티켓이 추세라 전화번호 인증이 꼭 필요하다. 즉 일본 핸드폰 번호가 필요하다는 것. 예전에는 au계열에서 나오는 Iljmio유심을 사용하다가 코로나로 갈 수 없게 되어 해지했는데 외국인의 사용이 많아 없어진 지 오래였다. 다시 검색해 보니 이미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덕후 선배들이 많았고 참고하여 티켓을 예매할 수 있었다.

지그자그는 베레보라는 팬클럽이 있는데 꼭 라이브를 가겠다는 필사적인 마음으로 가입을 하고 선행 예매에 응모했다. 원래 마츠야마와 도쿄 두 군데를 넣었는데 혹시 떨어질까 봐 막판에 후쿠오카를 추가했다. 23년 투어는 라이브하우스가 아닌 홀투어라서 규모가 있는 편이라 그런지 세 곳 모두 당첨! 기쁘면서도 업무 일정 조율이 제대로 가능할지 걱정하기도 했다. (모두의 배려로 잘 갔다 왔습니다)

왜 마츠야마였냐면, 아직 시코쿠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해서 이번 기회에 겸사겸사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정 중에 우동으로 유명한 타카마츠도 넣어보려 했지만 5일 일정으로는 너무 빠듯해서 마츠야마가 있는 에히메현을 좀 더 둘러보기로 하고 우치코-오즈를 갔다 왔다. 물론 가장 중요한 일정은 지그자그 미소기(라이브를 뜻한다)! 마츠야마가 투어 일정 중에서 초반인 데에 비해 후쿠오카와 도쿄는 끝이라서 다 보고 나니 투어의 초중반을 모두 봐서 너무 좋았다.

숱하게 일본으로 라이브를 보러 갔지만 코로나 이후 처음이라 그런지 꽤 설레었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혀 오자와 켄지의 티켓도 그대로 날려먹었고 이후로는 처음이었으니까. 서울에서 제주도로 올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이 라이브 보기가 어려운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래도 상관없겠다 싶었다. 하지만 지그자그가 불을 붙인 지금 제주에 있는 것은 꽤나 걸림돌이었는데, 직항이 있는 오사카 빼고는 육지를 거쳐가야 하니 시간과 돈이 배로 들었다. (이번에야 일정이 널널해서 괜찮았지만 후쿠오카-도쿄 일정에서는 결국 몸살이 왔다)

 

2. 첫 미소기라니 두근두근

마츠야마에 도착하고 첫날은 주변 구경, 둘째 날이자 미소기 전날인 4일에는 '이마바리'라는 근교에 갔다 왔다. 이 날 저녁에 또 한 명의 한국인 참배자(지그자그 팬을 지칭함)가 도착했고, 저녁을 같이 먹고 호텔 라운지 공간에서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고 있자니 실감이 났다. 모든 공연장 중에서 이곳 좌석수가 가장 적었는데 오후 3시에 발표된 나의 좌석은 K열 38번. 사이드지만 꽤 앞자리여서 굳이 쌍안경을 통하지 않아도 잘 보일 것 같았다. (나는 세 곳 모두 무대의 상수, 즉 서포트 기타 멤버 칸노상이 잘 보이는 사이드였고 결국 칸노상에게 애정이 생겼다) 전야제 수다를 마친 우리는 내일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팬클럽 한정 티셔츠가 엄청 빨리 솔드아웃 되고 있으니 아침 일찍 가서 줄을 서기로 했다.

 

이번 투어 굿즈. 키링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앨범 사진 전시회

 

으아아 떨려!

 

아침 9시 반에 호텔에서 만나 10분을 걸어 공연장에 도착하니 50명? 70명? 정도의 팬이 줄을 이미 서있었다. 좀 더웠는데 다행히 실내에서 대기할 수 있었다. 현지 반갸(バンド 밴드+ギャル Girl의 줄임말, 비주얼계를 좋아하는 팬을 지칭)분들도 구경하고 수다도 떨면서 기다리니 12시쯤인가 굿즈 판매 시작. 다행히 솔드아웃된 것 없이 원하는 것을 모두 구입할 수 있었다.(팬클럽 티셔츠는 우리 이후에 바로 매진되었다)

점심으로 마츠야마 명물 도미덮밥을 먹고 호텔에서 조금 쉰 후 시간 맞춰 공연장으로 향했다. 자리는 꽤 앞자리에 내가 좋아하는 통로였다. 공연 전후로는 사진촬영이 가능해서 무대 사진도 찍고 공연장에 자작히 흐르던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정말 내가 여기 왔구나 싶었다. 예고한 시작 시간을 5분 정도 넘기고, 그들이 등장했다.

 

마츠야마 카멜리아홀 k-38열에서 본 무대. 잘보인다!

- Setlist -

drip 이 시작되고 목소리가 너무 똑같아서 놀랐다

Mr.Idiot 갑자기 터진 불꽃에 깜짝 놀랐다

ニイハオワンタンメン 본격 후리타임! 미사마가 후리를 알려주고 있다니 오 마이갓

(MC) > 홀투어와 라이브하우스 투어의 차이에 대해 선배가 일러주었다는 경험담 피로

dazzling secret > 적절한 중화제 역할을 하고 있는 곡

生きて > 라이브에서 템포가 더 빠른 느낌? 손동작이 재밌다.

Cry Out -victims- > 데스보 장난 아님... 멋져...

-夢幻-

Aria > 이 곡 가사를 너무 좋아한다 라이브로 들어서 너무 좋았다

Sha.La.La. > 샤라라라 샤라라... 

スマイルかわいいねん > 정신없이 (칸노상 보며) 후리

最高だz > 가장 대중적인 넘버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Stay with me > 분위기 정리

どんぐり > 미사마 리사이틀 현장. 새삼 노래를 참 잘한다

おっかちゃん > 아니 이게 갑자기 무슨 연출이야 류짱이 제일 웃겼다

影丸drum solo > 믿고 듣는 카게 드럼. 카게가 드러머라 요캇따

帰りたいけど帰れない > 후리 후리

Requiem > 우와.. 듣는 내내 감탄

愛シ貴女狂怪性 > 모두가 기다린 곡이 아닐지. 가장 많은 환호가 있었다. 나 역시 뭔가 뭉클한 기분

拙者忍者、猫忍者。~木天蓼三毛蔵またたびみけぞうと町娘おりん~> 크크크 라이브 이후 이 곡이 너무 좋아짐

ラスデイラバー > 이 곡은 지그보다 완즈에 어울린다고 늘 생각함 흐흣. 창법 때문인가.

傷と嘘 > 무도관에 이어 카메라 불빛쇼. 한국에서 하면 단연코 두배로 감동받게 해 줄 수 있다

燦然世界 > 다 같이 점프

復讐は正義 > 헤드뱅 후리 헤드뱅 후리. 역시 기타 솔로 

Promise > 후렴에서 마이크 넘겨주었는데 가사를 다 못 외워 죄송합니다

きちゅねのよめいり > 드디어 꿈에 그리던 콩콩댄스 직관이라니... 류야와 칸짱의 호흡도 인상적

Nighty night! > 슬픔과 기쁨과 채워짐과 비워짐이 마구 섞인, 마지막 곡으로 정말 완벽했다. 그리고 칸짱 기타 솔로!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 좋은 기억만 남아있지만 마츠야마 공연은 사실 음향이 많이 아쉬웠다. 후쿠오카, 도쿄에 비하면 초반이라 풋풋함 같은 게 느껴졌고 뒤로 갈수록 확실히 연출과 구성이 자연스러워지기도 했다. 상상 속의 정말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곱씹어보면 단독 라이브를 그 정도로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 또한 감을 많이 잃어서인지...) 보면 볼수록 재밌고 더 보고 싶다면 아주 좋았다는 거겠지! 아직은 어떻게해도 질리지 않는, 나에게 그들은 아주 귀한 밴드다.

 

 

끝나고 무대 아래로 호다닥 내려가서 찍었다. 카게 드럼셋 너무 멋있는거!

 

마츠야마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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