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이드SUEDE 내한공연 후기
- SUEDE
- 2024. 08.23 20:00
- KBS아레나
다행히 더위가 살짝 누그러진 8월 23일 금요일, 영국에서 오신 브릿 얼터너티브 록의 전설을 만나러 서울로 갔다. 나 제주에서 왔다고요!
KBS아레나는 아주 예전에 GLAY 왔을 때 딱 한 번 가봤었는데 당시 공연이 너무 재밌어서 그런지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집에서는 조금 멀긴 하지만 버스로 한 번에 갈 수 있어서 올림픽공원보다는 접근도 좋은 편. 그리 크지 않아서 쌍안경도 필요 없고 시야도 좋습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사이드 좌석이 무대와 완전 90도라서 (다른 곳도 그랬었나?) 몸을 비틀어서 봐야 한다는 것 정도랄까. 다른 분들은 사운드가 아주 별로였다고 했는데 나는 이번엔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브렛 보느라... 후후)
요즘에는 굿즈를 거의 예약판매로 먼저 받더라. 나는 그런 줄도 몰랐거니와 디자인이 그다지 안 당겨서 안 샀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 또 갖고 싶은 거... 하지만 이미 원하는 사이즈가 다 품절이었기에 사지 않고 바로 입장했다.
들어가니 진짜 작다는 느낌. 무대 다 보인다! 스탠딩도 밀도가 높지 않아서 보기 좋은 정도. 꽉 차지 않은 건 조금 아쉬웠다.
8시 정각에 시작했고 그들이 등장. 브렛은 정말 최고의 프런트맨임을 입증하는 듯, 굉장했다. 너무 더운지 선풍기 앞에서 엎드리고 기어가고 드러눕는 모습조차 하나의 아름다운 퍼포먼스가 되었고 음악에 흐느적대는 댄싱, 마이크 줄 돌리기와 몸에 감기, 스탠딩석 침투와 2층석 등장 등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나머지 멤버들의 묵묵한 연주. 사실 스웨이드는 브렛에의 의존도가 너무 높은 밴드라는 생각을 했지만 공연을 보다 보니 그가 자유롭게 본인의 끼를 다 펼치는 것이 멤버들 덕분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공연 초반부터 브렛은 관중석을 활보했는데, 그가 객석으로 내려오니 갑자기 사람들이 앞으로 주우우우욱 밀리면서 거의 절반으로 압축되었는데 객석에서 보고 있으니 저거 괜찮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아니나 다를까 후기 찾아보니 앞에 있던 분들 너무 위험했다고...
그는 스탠딩석뿐 아니라 2층에도 올라왔다. 노래하면서 슬금슬금 올라오더니 어딘가의 빈 좌석에 털썩 앉았고 주변에 있던 팬들은 환호성을 지르거나 감격에 입을 틀어막기도 했고 적극적인 누군가는 포옹도 하고 셀카도 찍었다. 모든 팬서비스를 다 해주는 브렛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사이 그의 옷은 정말 셔츠의 단추까지 땀으로 젖었다. (그의 스키니 바지도 땀 때문인지 몸에 붙은 듯... 바지 벗겨질 것 같았어... 하지만 역시 롹은 스키니야!)
그 흔한 전광판도 없고 화려한 무대장치도 하나도 없었던 이번 공연, 아레나 규모지만 공간만 커진 라이브하우스 같았다. 내가 너무 미안한 건 제대로 부를 수 있는 곡이 뷰티풀 원즈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그런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브렛이 노래 같이 불러달라고 했는데 떼창의 데시벨이 미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렛은 너무 고맙고 어메이징 하다, 그저 흔한 밴드의 립서비스가 아니라고 얘기해 주었고 나는 더 미안해졌다... 그만큼 더 열심히 박수쳤고 음악에 집중했습니다. 지금도 잊지 못해 노래 듣고 있어요...
만약 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일어나서 호응할 수 있었다면 더 신났을 텐데 많이 아쉬웠다. 맨 뒷 줄 분들은 일어나서 보던데 앞 줄에서 일어나니 앉으라고 해서 나도 눈치 보다 못 일어났다. 그래서 생각했지, 일어날 수 없는 좌석에서 보는 게 괴로운지 무대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스탠딩에서 보는 게 괴로운지... 정말이지 둘 다 선택할 수 없는 괴로움이다. (그래도 뷰티풀 원즈에서는 모두가 못 참고 일어났다 후후)
- SETLIST -
Turn Off Your Brain and Yell
Personality Disorder
Trash
Animal Nitrate
The Drowners
We Are the Pigs
It Starts and Ends With You
The Only Way I Can Love You
Life Golden
New Generation
Filmstar
The 2 of Us
She Still Leads Me On > 이번 공연 최애곡!
Shadow Self
Everything Will Flow
The Wild Ones
So Young
Metal Mickey
Beautiful Ones
(ENC.)
Saturday Night
전성기가 지난 노년의 밴드를 보면 지금이라도 봐서 좋았다는 기분도 있지만, 지금도 이렇게 멋진데 그때는 어땠을까 너무 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보면서 내가 록을 좋아하고 밴드를 좋아하고 라이브 연주를 좋아하는 것에 다시 한번 뿌듯함을 느꼈다. 내가 그 시절의 음악을 좋아해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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