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지그자그 투어 - 도쿄 -final
- 2023. 11. 21
- 도쿄 가든 시어터 (Tokyo Garden Theater)
후쿠오카의 이른 추위를 경험하고 그만 감기몸살을 세게 앓은 나는 호주머니에 휴지를 챙겨놓고 가든시어터로 향했다. 다행히 전날 밤에 (가라오케를 안 가고ㅠ) 푹 쉬었더니 어느 정도 괜찮은 컨디션. 굿즈도 미리 다 샀기에 공연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도쿄 파이널, 이제까지 규모의 몇 배나 되는 압도적인 공간감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주변의 모든 전광판에서 지그자그의 표식과 공연안내, 노래가 흘러나왔고 등에 구원의 손을 입은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무언의 웅장함에 주변을 계속 둘러보기만 했다. 멋있어. 약 8천 석은 모두 매진된 상태였다. 뿌듯해.
라이브 장소마다 큐알코드가 있고 접속하면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받을 수 있었는데 첫번째는 카게마루, 두 번째는 단체사진, 그리고 도쿄에서는 웃긴 사진이 나왔다. 동물의 탈을 쓴 그들(...). 파이널이라고 새로운 사진을 넣은 모양인데 팸플릿에 이 의상이 있었기에 미리 본터라 크게 대미지는 없었다.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지만 이 사진을 본 모든 한국 참배자들이 좋아했다. 이것 또한 지그의 매력이니까.
입장하니 역시나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좌석... 홀의 경우 좌석이 계단차로 되어 있어 어디든 골고루 잘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나같은 키 작은 사람에게는 아주 좋다. 하지만 아레나 좌석이 있는 이런 경우 아레나는 단차가 없어서 뒤에 앉았다가는 무대가 하나도 안 보이는데 이번이 그랬다. 멀어도 2층이나 3층이 되길 바랐는데 추첨이니 어쩔 수 없었지. 한국 참배자들 중에서 나만 아레나였는데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었고ㅠㅠ 결국 다른 곳에서 봤던 기억에 의존하며 사람들 사이로 힐끗힐끗 보는 게 전부였다 (그나마 전광판이 있어서 무대를 번갈아가며 봤다, 쌍안경 필수!). 그런데 내 뒤에는 꼬마아이가 있어서 왠지 미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조신한 남자분이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괴성(?)을 질러서 여러모로 집중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재밌었습니다.
셋리스트는 이전과 같았고 라스데이러버 전후로 미사마의 목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는데 미사마도 그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1월에 WOWOW로 전곡 방송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더 아쉬워했을지도. 그래도 워낙 가창력 있고 무대 경험도 많은 사람이라서 뭐 :)
그렇게 시간은 흘러 마지막곡 나이티나잇Nighty Night. 설마설마했는데... 칸쨩의 기타 솔로가 끝나고 나이티나잇! 하고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음악이 팍 하고 나오는 순간! 바로 긴테(은테이프)가 펑... 아아아 나를 아레나에 앉힌 건 이것 때문이었나 보다. 이때부터 나의 머리는 어떻게 긴테를 7개 - 당시 한국참배자 모임수 - 획득하느냐에 대한 것으로 가득 찼다. 아레나의 앞부분에만 도달해 내 자리까지는 오지 않았을뿐더러 다른 분들은 모두 2층이상이라 오갈 수 없었다. 나의 계획은 공연이 모두 끝나자마자 점퍼는 의자에 둔 채로 -잃어버려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 가방만 매고 -잃어버리면 안 됨- 앞으로 달려가서 긴테를 주워오는 것이었고 무사히 성공했다! 의외로 바닥에 긴테가 많이 굴러다녔고 한 줌 주워와서 자리에 왔더니 점퍼도 아무도 안 훔쳐갔다. 서프라이즈로 나눠줄 생각에 가방에 넣고 못 주운 것처럼 한줌단들을 다시 만났는데, 밖에서 어떤 사람이 긴테를 한주먹 쥐고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더라... 아무튼 뒤풀이자리에서 짜잔 하며 긴테를 나눠주었고 공연에 못 온 분들도 챙겨주었지. (혼자 뿌듯함)
긴테는 일본어로 은테이프(銀テープ)의 줄임말로, 원래는 단지 은색 테이프였는데 청소하는 것이 힘들어 아티스트나 공연의 표식을 새겼다고 한다. 그랬더니 너도나도 기념으로 가져가서 청소할 일이 없어졌다는 후문.
공연이 끝나고 신바시 근처로 이동해 뒤풀이 시간을 가졌다. 이후 막차가 끊기기 전에 신주쿠로 이동해 2차를 했고 몸살기운의 나는 1시쯤 먼저 숙소로 돌아왔고 다른 분들은 새벽까지 즐거운 시간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체력 부럽습니다...
- Setlist -
drip
Mr.Idiot
ニイハオワンタンメン
(MC)
dazzling secret
生きて
Cry Out -victims-
-夢幻-
Aria
Sha.La.La.
スマイルかわいいねん > '가든'시어터라서 最高가 쓰여진 꽃 가면(?)을 쓰고 나온 귀여운 미사마...
最高だz
Stay with me
どんぐ
おっかちゃん
影丸drum solo
帰りたいけど帰れない
Requiem
愛シ貴女狂怪性
拙者忍者、猫忍者。~木天蓼三毛蔵またたびみけぞうと町娘おりん~
ラスデイラバー
傷と嘘
燦然世界
復讐は正義
Promise
きちゅねのよめいり
Nighty night!
불과 작년 이맘때에 도쿄가든시어터를 매진시켰는데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약 12,000명 규모의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파이널이 있다. 일 년 사이에 한국팬들도 늘어 24년 투어 텐토치(天と地)에는 더 많은 한국팬들이 참가예정이다.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매년 더 높이 도전하는 듯한 지그자그의 행보에는 응원하는 마음과 우려하는 마음이 늘 공존하지만 결국 팬은 아티스트가 가는 길을 지켜보는 것뿐, 항상 좋은 음악과 라이브 기다리겠습니다.
올해는 고베와 요코하마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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