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면허 탈출을 위한 20시간의 기록
나에게는 재작년 11월 제주의 한 운전학원에서 3일 만에 취득한 운전면허증이 있다. 인구에 비해 자동차 보유 숫자가 가장 많은 제주도, 그것은 대중교통으로 갈 수 없는 곳도 많고 간다 하더라도 하루에 운행 횟수가 적어 버스 시간표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가 클 것이다. 그나마 제주 시내 쪽은 괜찮은 편, 하지만 제주도에 살면서 오름도 못 간다면...?
그러한 이유로 겁쟁이인 나는 자기 최면을 계속 걸며 용기를 내었고 실기와 도로주행 모두 만점으로 합격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시련이 시작되었는데, 면허증은 있으나 운전을 할 수 없는... (생략...) 그리하여 또 용기를 내어 연수를 받기로 했다.
1. 연수 어디서 받지
실제 도로에서 받을까도 생각했지만 나름 저렴하다는 ㄱㅇ자동차학원이 시간당 6만 원 정도, 하루에 3시간을 한다 치면 20만 원 정도여서 조금 부담이 되었다. 중심선도 잘 못 맞추는 나의 실력으로 3시간을 해봤자 진도를 많이 나갈 수 없을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실내 운전연습장! 게임처럼 화면을 보고 핸들과 페달을 조작하는 시스템인데 후기가 나름 좋아서 일단 체험을 해보고자 예약을 했다.
2. 고수의 운전면허 제주 시청점
고수의 운전면허는 전국 체인점인데 제주에는 시청점 한 곳만 있는 듯하다. 네이버로 장롱면허 상담 한 시간을 예약하고 당일에 방문했더니 두 명이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면허증 취득을 위한 목적으로 연습하는 것 같았다. 일단 나의 상황을 간단히 상담하고는 체험하는 형태로 운전석에 앉았다. 한 시간 동안 기초지식 관련 영상도 보고 설명도 듣고 직진 주행부터 천천히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훌쩍 지나고 할 만하다고 생각한 나는 20시간에 35만 원을 지불하고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었다. 첫날은 직진 주행과 좌회전, 우회전, 유턴까지. 우회전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그렇게 두 시간을 하고 집에 와서 뻗어버렸다... (20시간은 한 달안에 원하는 시간으로 미리 예약해 자유롭게 쓰면된다)
실제 차를 운전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가벼운 느낌이었지만 의자도 시뮬레이션대로 움직이며 우회전을 잘 못해서 턱에 올라갈 때마다 의자도 기우뚱, 사고가 나면 덜컹했다. 또 좋은 점은 안 되는 부분을 계속 반복할 수 있고 골목길, 끼어들기, 지하주차장 등 많은 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 점이다. 실제 차를 타보면 또 느낌이 다를 테지만 일단 기초를 익히는 것이 중요했기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3. 기록
- 1일째. 2시간 연습. 시동걸기, 직진, 좌회전, 우회전, 유턴, 차선 바꾸기 연습. 차를 선 안에 넣어 중심을 잡는 것이 잘 안 되고 우회전에서 난항을 겪음. 차와의 간격을 체감하는 것이 어렵고 핸들링과 페달링도 엉망진창이었다.
- 2일째. 3시간 연습. 골목에서 도로로 끼어들기 연습> 끼어들 때는 꼬리를 문다는 느낌으로. 끼어들고 속도를 내지 않으면 뒷 차와 부딪히니 조심. 실제 하귀의 도로주행과 춘천 어딘가의 도로주행 반복연습> 주행 관련한 총체적인 연습이 되었지만 너무 안심한 나머지 사이드미러를 전혀 보지 않았기에 의식해서 미러를 보기 시작함. 차츰 핸들링과 페달링에 감이 오는 듯. 중앙선 침범과 우회전 충돌은 아직 몇 번 있었다. 10분 남아서 좌회전 우회전 무한 뺑뺑이 돌고 연습 종료. BGM으로 케이팝이 계속 나오는데 드라이브하기 참 좋을 듯.
- 3일째. 2시간 연습. 어제는 컨디션이 좋아 3시간을 했고 실수도 많이 없었는데 오늘은 다시 감을 잃어 초반부터 사고연발. 부산 도로주행을 연습했는데 어제(춘천)보다 차와 신호가 훨씬 많고 끼어들기 차량도 실전처럼 있어서 당황한 나... 2시간을 주행했지만 한 번을 실수없이 완료하지 못하고 종료. 목과 어깨가 너무 아프고 피로감이 느껴져 오늘은 연장없이 종료했다. 아 피곤해...ㅠㅠ
- 4일째. 3시간 연습. 일부러 가기전에 스트레칭 열심히 했다. 시간 맞춰 가니 수강생이 많아서 10분정도 기다림. 수강 후에 바로 시험치러 가는 분, 이제 막 등록하는 분 등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모두 여성. 확실히 여성이 많다. 오늘은 도로주행 코스를 달리되 초록선을 없애고 네비의 목소리만 따라가는 연습. 천천히 가는 대신 최대한 미스가 없도록 신경썼다. 중앙선 침범 1회와 안전사고 2번, 경로 이탈 3번... 그리고 제일 우측선에 택시들이 서있어서 피하는 연습도 했다. 마지막 1시간은 드디어 주차. 못하겠다 주차... 가상이니까 페달밟았지 현실이었으면 아찔. 방향감이 아직 없다. 다음주도 화이팅하자...
- 5일째. 3시간 연습. 일주일만에 갔더니 처음 주행 연습은 엉망으로 하다가 다시 집중해서 2시간 달렸다. 용인 코스는 급 차선 변경이 많아 어려웠고 강릉 코스는 한가한 대신 비보호와 노란 깜빡이 신호등이 많아서 타이밍 잡기가 어려웠다. 어딜가나 장단점이 있구나... 남은 한 시간은 주차연습했는데 강사님이 생각보다 잘해서 놀랍다며 감각있다고 칭찬해줬다. (머쓱) 후방카메라가 있으니 너무 편해서 할만하고 재미있었음. 나중에는 없이도 하고 싶다. 주차를 너무 잘해서(?) 30분만 하고 남은 시간은 516도로 같은 꼬불꼬불 산길 연습. 너무 어려워서 한라산에 갈 때는 버스타야겠다고 결심했다.
- 6일째. 1시간 30분 연습. 처음으로 저녁 시간대에 가봤더니 쾌적하고 좋았다. 1시간은 경부 고속도로와 영동 고속도로 주행연습, 30분은 주차 연습을 했다. 고속도로는 생각보다 재밌었다(?). 나에게 질주 본능,,,까지는 아니지만 차로 시원하게 달린다는 것이 나름 기분 좋다는 것을 알게 됨. 하지만 여전히 차가 비틀대는 것이 문제... 두려움은 줄어들지 않는다. 주차는 어제보다 디테일하게 조정중.
- 7일째. 3시간 연습. 서울 도봉구와 강남구 주행코스 연습. 서울은 역시 신호등이 많고 길이 복잡했다. 남은 훈련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초조해졌는지 잦은 미스가 많았다. 1시간은 평행주차 연습을 했는데 그야말로 좌절. 후방주차보다 훠~얼씬 어려웠다. 이론은 알겠는데 생각처럼 핸들링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가까스로 한 번 성공하고 집에 왔다. 이제 남은 시간은 3시간... 과연 찐 도로에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성장할 것인가!
- 8일째. 3시간 연습. (원래 2시간 30분 남은건데 30분 채워주셨다 감사합니다!) 마지막 날이니만큼 총연습. 우선 지방도 2코스, 복잡한 시내 2코스를 돌았다. 지방도는 비보호, 도시는 너무 많은 신호와 넓은 차선으로 혼란스러웠다. 잠시 쉬다가 산길코스를 10분정도 했는데 내리막은 너무 무서웠지만 핸들링 연습에 아주 좋았다. 이후의 후방주차, 평행주차, 사선주차는 열심히 유투브를 본 덕인지 수월하게 잘됐다! 이후 지하주차장 진출입은 수 차례의 안전사고 끝에 겨우 클리어했고 강변북로를 들어가 80키로 질주로 최종 마무리.
한 달동안 열심히 했고 꽤 재밌었다. 반복되는 생활에 조금의 자극과 활력소가 되었기도 했고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진짜 도로에 나간다해도 어쩌면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으니 아주 긍정적인 결과인 셈이다. 이것을 계기로 나의 드라이브 인생도 확 펼쳐지길 바란다. 찐 도로 주행하면 또 후기 남기겠습니다.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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