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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그리는 만화 (1)

by 유체 2023.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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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그리는 만화 (1)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나 만화나 책에도 관심이 많다. 음악과 음악가는 무수한 예술의 소재로 쓰였고 지금도 쓰이고 있지만 나의 10대 감성으로 만난 그 만화들은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가끔 들춰보고 생각한다. 과연 그때의 무슨 감정들이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나를 움직이는 걸까.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작품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토이 (TO-Y)

카미조 아츠시의 토이 단행본 표지
카미조 아츠시의 토이 단행본 표지

토이는 카미조아츠시 작가의 1985년 작품으로 소년선데이에서 연재했고 단행본 10권 분량의 만화이다. 시간이 많이 흐르기도 하고 국내에선 인지도가 없는 작품인 탓인지 전권 구하는 것이 꽤 어려웠다. (늦게 찾은 이유도 있겠지) 스타의 운명을 타고 난 후지이 토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악계의 이야기를 다룬다. 70-80년대는 록밴드 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 이런 주제의 작품이 당시에 많았을 것이다. 나보다 앞선 시대의 작품인 탓에 나도 2021년이 되어서야 알게 되고 중고로 구해서 보게 되었는데 역시 30년이나 흐른 뒤에 보니 내용의 흐름은 단순해 보였고 개연성도 허술하긴 하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타고난 천재성의 캐릭터, 간결하고 날카로운 그림체, 그리고 그 당시의 패션이나 시대 흐름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초판보다 최근에 나온 30주년 개정판이 좀 더 현대스러운 멋이 있다.

 

2. kiss xxxx

쿠스모토 마키의 kiss xxxx 표지와 일러스트
쿠스모토 마키의 kiss xxxx 표지와 일러스트

쿠스모토 마키의 kiss xxxx는 주인공인 카논이 밴드를 하고 있지만 실상 장르는 청춘 로맨스물이다. 그야말로 카논과 카메노의 사랑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니 말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풋풋하고 순수한 그들의 연애담 이상으로 카노의 밴드 디큐세(Die Kusse)는 매력적이다. 그것은 쿠스모토 마키의 작화 덕분이기도 하다. 그녀의 그림은 선의 예술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느다란 펜화 같은데 너무나 취향이다. 일본인 친구는 그림을 보더니 너무 쇼와스러운 그림체라고 했다. 쇼와는 일본의 연호로 1926년 12월~1989년 1월 7일까지이고 다음이 헤이세이이다. 이 작품은 1988년부터 시작했으니 쇼와의 끝자락에 걸쳐있지만 토이의 카미조 아츠시처럼 배경이 단순하거나 선이 강조된 작화이다 보니 꽤 과거의 만화스러운 점이 있다. 작가가 현재 영국에 살고 있는데 아마도 영국의 밴드를 많이 좋아한 것 같다. 카논이 데이비드 보위의 의상이나 분장으로 나오는 일러스트도 많이 있다. 애니메이션화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지송 같은 느낌의 OST가 나올 정도로 음악과 밴드에 진심이랄까, 그 CD를 10년 전쯤에 입수했는데 본가에 있는 탓에 들어볼 수가 없네... 다음에 듣게 되면 다시 포스팅해 보겠다.

이 작품 말고도 T.V.EYE 라는 작품도 있는데 스투지스의 곡 제목을 딴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품의 모든 것이 아름답다. 잊었던 연애 세포도 되살리고 일러스트 곳곳에 숨어있는 밴드의 흔적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으니 관심 있으면 추천!

이 작가에 대해서는 다른 작품들과 함께 다시 이야기할 날이 있을 것 같다.

 

3. 오디션

천계영의 오디션 표지와 일러스트
천계영의 오디션 표지와 일러스트

국내에서 음악을 소재로 이토록 잘 만든 만화가 여태껏 있을까. 천계영은 언플러그드 보이의 현겸이와 지율이로 대략 라이징 스타 만화가가 되어 '나는 슬플 때 힙합을 춰'라는 그 시절 최고의 밈을 만들었다. 그 뒤에 나온 작품이 오디션으로 1997년~2003년까지 연재했다. 이 만화를 정말이지 너무 좋아해서 윙크도 사고 단행본도 날짜를 기다려 서점으로 달려가기도 했고 일러스트집도 구매했다. 음악적으로는 물론 전체적으로 내용이 잘 짜여 있어 감동했었다. 나중에 영화 제작도 했는데 무슨 일인지 소식도 없었다가 2009년인가에 아무도 모르게 개봉했던 것 같다. 당시 라르크 앙 시엘이 OST에 참여한다고 해서 일본락 팬들에게는 좀 화제가 되었고 실제로 OST를 보면 2곡을 국내밴드가 리메이크해서 부른 것 같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극장판은 너무 별로였고 만화의 매력을 반도 보여주지 못해 모두 아쉬워했다.

개성적인 그림체와 캐릭터, 상상속에서 만개하는 음악의 향연, 토너먼트 음악 오디션이라는 새로운 전개 등 인기가 없을 수 없는 작품. 음악을 좋아한다면 꼭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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