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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리트 언노운 A Complete Unknown (2024)

by 유체 2025.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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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 딜런이 포스터였네

 

컴플리트 언노운 A Complete Unknown (2024)

감독_ 제임스 맨골드

주연_ 티모시 샬라메, 에드워드 노튼, 엘 패닝, 모니카 바바로

상영시간_ 141분

장소_ CGV 제주 4관

 

 

1. 후기 (** 작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영화관 나들이. 티모시 샬라메가 밥 딜런으로 완벽! 변신! 한 컴플리트 언노운을 보고 왔다. 음악 영화는 웬만하면 영화관에서 다 보려고 해서 이번에도 기대하며 갔다 왔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밥 딜런이 유명한 것은 물론 잘 알지만 엄청 좋아하거나 잘 아는 아티스트는 아니다. 활동이 1961년이니까 나에게도 아주 윗세대인 분이라 그런가. 포크 음악을 좋아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가사에 심취하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팝송은 더욱) 이래저래 노래만 슬쩍 들어왔던 정도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의 밥 딜런 영화 중에 그의 음악을 짧고 굵게 탐험할 수 있어서 나 같은 얄팍한 리스너들에게는 그의 음악을 찾아 듣거나 가사를 들춰보거나 그의 음악세계를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딜런이라는 사람이 원래 어렵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임 낫 데어는 조금 난해하고 길어서 그나마 그를 표현한 영화 중에서는 이 영화가 가장 접근하기 쉽다고 느껴졌다. 좋은 연기 보고 좋은 노래 들으며 눈과 귀가 호강한 영화였다.

 

배우들에 대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특히 티모시는 정말 딜런을 위한 광기였다. 듄이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등 그의 여태컷 필모를 봤을 때는 영화 전체적인 레벨과 본인의 연기를 맞춰가는 느낌이 있었는데 컴플리트 언노운은 그냥 다 비켜! 내가 다 끌고 갈거야! 내가 해내는 것을 봐줘! 이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걸 실제로 해냈다. 말투며 표정, 걸음걸이는 물론 노래와 연주 어느 하나 빠지지 않았다. 내가 아는 실제 딜런은 뾰족하게 각진 얼굴이고 티모시는 조금 동그란 얼굴이라 외적으로는 어느 정도 감안해야지 하고 봤는데 모든 것을 연기로 커버해서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영화를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본인이 이 연기를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뭔가 소름 끼치기도 했다. 본인이 제작에 참여했던데, 그래서 그런 건가 싶기도.

그리고 뮤지션으로 나온 모든 연기자들의 음악 표현이 너무 좋았다. 에드워드 노튼도 그렇고, 특히 조안 바에즈를 연기한 모니카 바바로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다들 노래 너무 잘해... 딜런을 떠나간 실비의 감정도 너무 이해되고...ㅠㅠ

 

한참 지난 지금의 마음으로는 딜런의 고집이나 선택의 이유도 다 이해가 되었다. 당시 팬의 입장이었다면 나도 역시 배신자의 낙인을 찍고 실망했을까? 사람들이 원하는 다양한 딜런의 모습이 있지만 그런 기대속에서도 본인은 철저히 스스로가 원하는 자신이 되길 바라는 듯 했다. 통기타를 메고 포크를 부르며 관객들의 생각을 공감해 주길 바랐던 무대에서 가죽 재킷을 입고 일렉 기타를 치며 아무도 원하지 않은 노래를 불렀던 딜런. 사람들은 그에게 원하는 것이 있을 뿐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마음은 없었던 것 같다. 그걸 이미 알고 있던 그의 행동은 고집불통으로 비치겠지만 본인의 음악은 본인의 것이기에... 누구보다 노래에 절실하고 용감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사람이었네. 타고난 아티스트다.

 

 

자유와 저항을 표현하는 포크가수라는 입지로 볼 때 국내에서는 김광석이나 조동진, 시인과 촌장 등을 떠올릴 것 같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머리속에는 이장혁이 떠올랐다. 아마도 조금 제멋대로이고 이기적이고 냉소적인 면에서 떠오르지 않았을까. 나는 이장혁 씨의 기타 플레이를 아주 좋아한다. 물론 목소리도 가사도. 내가 좋아하는 유일한 포크(스타일) 뮤지션이지 않을까 싶은데, 딜런의 가사를 듣다 보면 자연스레 머릿속으로 영상이 그려지는데 이장혁 씨도 나한테는 그런 뮤지션이다. 차갑고 거칠고 이기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내가 봤던 그는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것에는 누구보다 솔직해 보였다. 딜런의 노래에 그래도 희망과 위로가 있다면 이장혁 씨의 노래에는 쓸쓸함과 체념이 느껴진 다는 것이 조금 다른 점일까나. 국내 포크 음악에 관심이 있으시면 들어보시길. 

 

그나저나 영화 내내 화면 조도가 낮게 느껴져서 조금 불편했는데 영화관이 문제인가 내 눈이 문제인가... ㅠㅠ

 


2. 밥 딜런 공연을 본 적이 있다

 

아 맞다! 나 딜런을 본 적이 있다! 크크크

닐 영과 밥 딜런의 합동 공연이었는데 2019년 아일랜드의 킬케니였고 우연히 나의 아일랜드 여행 일정과 맞아서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네가 마련해준 여행 코스였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알고 준비해 준 배려였다. 감사합니다. 당일 운전도 다 해주구...ㅠㅠ

도착해서 야외무대로 쭉 걸어가다가 MD 팔길래 티셔츠 하나 살까 싶었다. 그런데 웃긴 게 ㅋㅋㅋ 우리나라처럼 줄을 서고 그런 게 아니라 큰 벽에 샘플이 걸려있고 앞에 줄이 쳐져있는데 거기서 사람들을 제치고 들어가 손을 번쩍 들고 저거 주세요~! 하고 외치면 스태프가 다가와서 돈 가져가고 상품을 갖다 준다. ㅋㅋㅋ 나 같은 극내향인에게 너무 괴로운 시스템이었는데 같이 간 친구가 대신해줬다. 고마워요ㅠㅠ 그렇게 밥 딜런의 투어 티셔츠를 한 장 사서 여행 내내 잘 입고 다녔다. 외국 굿즈 티셔츠는 밴드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얇은 감이 있다. 할랑할랑~ 시원~

 

게스트가 나왔는데 무려 글렌 핸사드였다. 혼자 기타와 함께 30분 정도 노래를 했다. 꽤 앞에 서서 봤는데 관객석은 비좁지 않고 쾌적했다. 뒤에 아마 음료 코너가 있었나?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면서 화장실도 갔다 오고 멀리서도 보고 돌아다녔다. 공연 내용에 관해서는 기억이 잘 없다... 닐 영도 딜런도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뮤지션이긴 한데 난 노래도 잘 모르고 그렇게 좋아한 편은 아니었...

닐 영의 음악은 생각보다 거칠었고 호응이 좋았다. 그에 반해 딜런은 세월은 못 속인다고 할아버지처럼 등장해서 노래하는 거 괜찮을까 싶을 정도. 그런데 노래는 괜찮았다! 기타를 맸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피아노를 자주 쳤고 밴드 연주자의 숫자가 많았던 기억이 있다. 찾아보니 총 20곡이나 했던데 역시 나는 Like a Rolling Stone 이 좋았다. 나이 때문에 그의 라이브에 실망하는 사람도 많다지만 이 때는 나쁘지 않았다.

 

 

 

 

 

 

 



 

두 분, 아니 전 세계의 모든 아티스트들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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