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봉 산책
어제는 시내를 돌았다면 오늘은 제주다운 곳으로 가봤다.
제주시에서 가장 접근이 좋은 오름인 사라봉, 그 옆으로 연결된 별도봉. 둘 다 벚꽃 명소! 지만 난 개인적으로 별도봉을 더 좋아하는 편. 딱히 이유는 없지만 사람이 적고 사라봉보다 오르내리기 편하고 경치가 더 맘에 든달까. 그래서 오늘은 별도봉을 올랐다.
집 떠나기 전, 마당에 핀 부추별꽃. 작년에는 3월 말에 이렇게 폈었는데 올해는 역시 조금 늦었네. 역시 겨울이 길어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기후 위기인 것 같군. 매년 봄에 피는 부추별꽃이었지만 올해는 밭이 엉망이라서 괜찮을까 걱정했다. 그래도 식물은 역시 강한 존재, 피어줘서 고맙다.
오늘의 코스는 사라봉 찍먹하고 별도봉 갔다가 우당도서관에서 마무리.
사라봉은 이미 유명한 명소. 봄이 아니어도 접근성이 쉽고 오래 걸리지 않아서 365일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오름이고 정상(?)에 운동기구들도 있어서 주민들의 운동 코스로 활용도가 높은 곳이다. 오늘은 별도봉이 메인이라 오르지는 않았고 초입에서 보니 사라봉에도 다 피었습니다.
사라봉 입구를 지나쳐 모충사를 지나는 길에 주차장이 있는데 그 길이 모두 벚꽃길이다. 모다드렁 숲에는 유채꽃도 피었다.
한라산도 보인다.
주차장이 끝나는 길의 오른쪽이 우당도서관이고 왼쪽으로 뻗은 사라봉 쪽 길로 걸어가다보면 갈래길이 나오는데
거기서 사라봉, 별도봉, 올레18코스(절벽길(?))로 나뉜다. 별도봉은 국궁 연습실 쪽으로 걸어가다가 제주의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표지판이 보이면 왼쪽으로 꺾어서 들어가면 됩니다.
별도봉은 사라봉과 나란히 붙어 있는 오름인데 내 기준 사라봉보다 쉽다.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왕복 가능. 반대쪽으로 내려가면 화북쪽으로 통하게 되어있는데 사라봉에서 가는 길이 완만한 반면 화북 쪽은 계단이 엄청 많은 것으로 기억한다. (아닐 수도 있음) 별도봉 오르는 내내 군데군데 벚꽃이 있고 다른 풀들, 꽃들, 나무들도 있으니 자연 속에 들어온 기분이 확 들었다. 오늘 날씨도 따뜻한 편이라 여름 냄새나는 줄.
별도봉에는 시내의 왕벚나무와 약간 다른 모양의 나무가 있다. 비슷한 듯 다른. 왕벚꽃은 꽃이 새하얗게 먼저 피고 다 진 후에 푸릇한 잎이 나오는데 별도봉에 있는 벚나무의 1/3은 꽃과 잎이 함께였다. 자세히 보면 꽃잎도 조금 다르게 생겼다. 아마도 이것이 산벚나무인 것이라고 추측. 왕벚꽃도 예쁘지만 난 왜인지 산벚꽃에 애정이 간다.
은근히 소나무나 다른 나무들과도 잘 어울리는 벚나무들. 이뻐.
드디어 별도봉 정상 도착. 날씨 너무 좋다. 이곳의 벚나무들은 꽃이 일찍 폈는지 꽃잎이 떨어지는 나무들도 많아서 좋았다. 아직 전부 개화하지 않은 나무도 있었으니 올해는 일주일 넘게 볼 수 있으려나. 별도봉 정상은 정말 조그많고 의자 몇 개 있는 것이 전부이다. 나도 여기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 바다도 좋고 흩날리는 꽃도 좋고 내 귀에 들리는 さくらさくら도 좋고... 정말 봄이 옆에 와 있었다. (바람만 불면 금방 추워진 것은 안 비밀)
한참을 있다가 시간이 꽤 지나서 다시 내려왔다. 찾아볼 책이 있어서 우당도서관에 들렀는데 공사로 닫혀있던 곳은 이미 다 개방되어 있었다. 한 시간가량 있다가 집에 가려고 내려오는데 창 밖으로 펼쳐진 또 벚꽃. 정말 온 도시가 봄으로 물들었구나.
그런데 아직 좀 춥긴 하다. 바람 안 불고 해가 쨍쨍하면 여름 같기도 한데 아직 일교차도 큰 편이고 바람이 계속 불어서 잘못했다간 감기 걸리기 쉬운 날씨. 모두 조심해야 합니다.
내일은 책 들고 벚꽃이 보이는 카페에 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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